초등학교 1학년생인 이준영(7·가명)군은 아찔한 교통사고를 경험했다. 지난 2월 15일 전주시 삼천동 용흥초등학교 앞에서 도로를 건너던 중 주행하던 승용차에 치었다. 운전자 황모(38·여)씨가 길을 건너던 이 군을 발견하지 못해서였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차량이 서행 운전한 탓에 2주 미만의 경상에 그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정읍 한솔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서 도로를 건너던 우정아(8·가명)양이 주행 중인 승합차에 치였다. 이 사고도 운전자가 우 양을 발견하지 못해 일어났다. 천천히 운행한 탓에 급제동하면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 군과 우 양처럼 도내 일부 어린이들이 학교 앞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중 교통사고 피해를 당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다. 이런 어린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경찰과 지자체들이 만든 게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국·공립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을 일명 ‘스쿨존’이라 불리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보호구역에서 운전자들의 통행과 주·정차, 운행속도를 제한해 사고 위험을 낮추려는 취지였다.

본지는 실제 스쿨존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14일 오후 전주 덕진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과속 여부를 조사했다. 전주 도심에 있는 2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동식 무인단속카메라로 10분간 촬영했다. 다만 실제단속이 아닌 시험용으로 이뤄졌다.

맨 먼저 인후동 동북초등학교에서 실시했다. 이곳은 유치원과정공립특수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몰려있고, 내리막길로 차량들의 과속 가능성이 높아 선택했다. 10분간 단속차로를 통과한 차량은 모두 38대. 이들 중 30km 이상을 달린 차량은 25대(65.7%)나 됐다. 시속 45km를 넘게 달린 차량도 10대나 카메라에 찍혔다. 최고 속력은 53km였다.

다음 금암초등학교로 장소를 옮겼다. 이곳은 차량통행량이 많고, 바로 주변 신호등 교차로와 인접하면서 정체되는 터라 단속카메라에 찍힌 차량은 많지 않았다. 10분 동안 62대가 통과했고, 그 중 11대가 속도를 위반했다. 최고 운행속도는 시속 51km를 가리켰다.

스쿨존은 학교 반경 300m로 설정돼 이 구역 내에선 시속 30km이하로 저속 운행해야 한다. 주·정차도 안 된다. 아이들의 특성상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930개소. 초등학교 402개소, 유치원 431개소, 보육시설 86개소, 특수학교 11개소가 대상이다. 2012년 기준으로 96.8%의 시설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여전하다.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사고(12세 이하)는 2010년 60건(사망 1명, 부상 6명), 2011년 48건(부상 49명), 2012년 23건(사망 1명, 부상 23명)으로 감소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교통사고 위험성이 학교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간한 ‘어린이 보호구역 유형화 및 실효성 제고방안 연구’안을 보면, 스쿨존 이용자 설문분석 결과(복수응답) 52%의 대상자가 통학로 안전상태에 대해 위험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구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불법 주·정차 단속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77%로 가장 높았고, 단속강화 40%, 진입금지 25% 순으로 응답자들이 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위한 운전자들의 의식개선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단속카메라로 촬영한 경찰관계자는 “스쿨존을 지나는 차량들은 바닥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앞에서만 속도를 줄일 뿐 제한속도를 잘 지키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선진국처럼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운전자들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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