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쌓인 눈을 보면 올 겨울이 걱정된다니까….”

7일 오후 전주시 동서학동 승암 마을. 경사진 마을길을 한 할머니가 쌓인 눈 때문에 미끄러질까 걱정돼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박정순(76·가명) 할머니는 “마을에 젊은 사람은 없고 나이 많은 노인들만 살다보니 눈이 쌓여도 눈을 제때 치우지 못해서 빙판길 되기 십상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주민 김수자(68) 할머니도 올 겨울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집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터라 눈이 쌓일 경우 오르락내리락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 겨울엔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날씨전망을 들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기는 경사가 심해서 나이든 나같은 사람은 그냥 다녀도 힘들어. 그런데 이렇게 눈이 오면 정말 집밖에 나오기 무섭다니깐. 나이 들어 넘어지면 병원비도 엄청 많이 들게 뻔 하잖아”

이 마을은 치명자산 산자락 밑에 자리한 터라 경사진 길이 많아 눈만 오면 집밖을 나다니기 어려운 곳이다. 좁은 골목길이 많고,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터라 햇볕도 잘 들지 않은 탓에 겨울 내내 빙판길일 때다 허다하다. 마을 주민들은 60~70대 고령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쌓인 눈을 제때 치우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연탄재를 길가에 뿌려 미끄럼을 방지하는 게 전부다.

김동완(54)씨는 “여기 마을은 대부분 노인들이 살기 때문에 눈이 와서 쌓이면 아예 집밖을 나오지 않는다. 제설작업이라고 해도 주민 센터에서 모래주머니를 놓고 가는 것 뿐, 쌓인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7일부터 내린 눈으로 온 마을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서 미끄러운 길 때문인 지 간간히 만주한 주민들의 얼굴엔 근심이 묻어나 보였다. /신혜린기자·say329@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