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7시께 전주시 송천동 전라고 일대.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측 도로변에 불법주정차량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 부근에서 약100여m정도 떨어진 상점 앞에는 이상하리만치 주정차량들을 발견할 수 없다. 바로 이 구역에 설치된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 때문. 카메라를 눈치 챈 얌체 불법주정차 운전자들은 바로 이 부근에 서너 대정도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을 마치 인심이라도 쓰듯 내어주고(?) 나머지 도로변을 가득 메웠다.

전주시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가 현 실정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교통흐름이나 지역적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채 대부분 처음 설치한 위치에서 단속카메라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반발에 따라 전주시는 최근 현 교통상황에 맞게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 운영안을 조정, 실시했으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변화 없이 카메라의 운영시간만을 변경해 눈총을 맞고 있다.

6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9일 그동안 교통정체 시간 등 현장 여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교통상황에 맞게 단속시간대와 유예시간을 조정했다.

변경안을 살펴보면 왕복 4차선 이하의 도로 및 일반 상가지역에 위치한 불법주정차단속카메라의 시간을 5~10분에서 10~20분정도로 연장 운영한다.

이외에 나머지 구역에 위치한 기존 카메라는 현행대로 운영한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시간이 조정되는 카메라 대수는 전체 114대 중 35대 뿐. 더욱이 문제는 처음 단속카메라를 설치했을 당시와 지금의 교통 상황은 크나큰 차이가 생겼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시간만을 변경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김성호(42·전주시 송천동)씨는 “송천동에서 장사를 한 지 10년 정도되는 데, 당시에는 지금 카메라가 있는 곳에 불법주정차량이 많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SSM이나 유명 브랜드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 등의 상점이 몰려 있는 곳에 주정차가 극심하다”며 “지난 10년간은 인근 영세상인들과 함께 꾹 참고 있었으나 오히려 큰 영리를 취하는 대형 마트 등은 승승장구하고 못 사는 영세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하니 못 참겠다”고 말했다.

이어 엄민영(44씨·전주시 송천동)씨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고민하지 않고 그저 가장 손 쉬운 방식으로 불법주정차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며 “지역 실정과 현 교통흐름 등을 고려해 교통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모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는 없다”며 “최대한 상가들의 불편과 민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박아론기자·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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