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완주군 봉동읍 추동마을. 거봉으로 유명한 이 마을도 태풍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모두 찢겨나는 피해를 입었다. 고스란히 남은 피해 흔적이 농심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이날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한 군인병력 20여명이 지원돼 시름에 잠긴 농가에 힘을 북돋아 줬다.

대민지원에 나선 35사단 106연대 소속 원준규(21) 이병은 “대민지원 나올 때 마을이 피해 입은 광경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보람된 일로 상처받은 농민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면서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에 열을 올렸다.

피해농가 김용선(66)씨는 “태풍 피해로 상심이 컸는데 복구에 도움을 줘 너무 고마울 뿐이다. 마을주민들 모두 고령들이라 복구에 엄두를 못 냈는데 이렇게 군부대에서 도와줘 굉장히 위안이 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풍에 낙과피해를 입은 익산시 금마면 일대의 사과농장에도 이날 경력 4개 중대가 지원됐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사과가 농가의 시름을 안겼지만, 복구지원에 나선 경찰 인력의 손길로 상심이 큰 농가에 도움을 줬다.

농장주 김남순(55)씨는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어 가슴이 아픈 상황에서 낙과한 사과를 치우는 등 복구작업을 하려면 5일 넘게 걸려야했다. 경찰들이 바쁜데도 이렇게 도와줘서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도심에서도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손길로 훈풍이 불었다. 이날 낮부터 전북도 도민광장과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태풍으로 낙과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를 돕기 위한 판매행사가 진행됐다.

이현순(57·전주시 경원동)씨는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 소식을 듣고서 안쓰러웠다. 택시타고 가던 중 피해 농가를 위한 장터가 열린 것을 보고 내렸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농민들을 돕고자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강력 태풍 ‘볼라벤’에 이어 태풍 ‘덴빈’이 연달아 휩쓸고 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도내 전역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35사단은 이날 도내 14개 시·군의 피해지역에 현역장병 680여명과 예비군 600여명을 동원해 과수원 낙과정리와 벼 세우기, 비닐하우스 복구 등의 복구작업을 벌였다. 복구지원은 낙과피해와 시설물 피해를 입은 농·어촌을 중심으로 2일까지 매일 지원됐다.

전북지방경찰청도 2일까지 농촌 피해지역 39개소에 경력 1659명을 투입, 낙과 수거 및 비닐하우스 철거 등의 복구지원 활동을 펼쳤다. 전북도도 이달 1일 대민지원에 공무원 2600여명과 소방 1500여명, 자원봉사 330명 등 모두 5600여명 인력을 동원해 피해지원에 나섰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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