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14일 오전 전주 오거리문화광장. 130여명의 여성들이 상체를 숙인 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의 목소리를 내며 호소했다. 이들은 한국인 남편을 만나 도내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들로, 광복절을 앞두고 자국의 과거 역사적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광장에 나섰다.

이들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관계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을 만들어 일본 여성들로 결성된 단체다. 이날도 한국 사람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며 한-일 양국의 우호를 위해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사죄한 뒤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이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역사적인 진실을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던 분들에게 같은 여성으로서 그 참담한 고통 앞에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없지만, 일본에서 온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우리의 사죄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인 죄를 씻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양심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며 “우리의 작은 메아리가 양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나아가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희망을 갖고 임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요시하라 사유리(46·전주시) 전북지부 대표는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사실을 잘 알아야 되고, 그거에 대한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죄를 드려 한일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오시미 미노부꼬(46·완주군)씨는 “일본에 있을 때부터 지인들을 통해 역사의 일부를 알게 됐는데, 이 문제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에 사는 일본인으로서 (위안부 문제를)사죄하고, 한일간에 좋은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을 지나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격려에 목소리를 보냈다. 이종호(66·남원)씨는 “해결될 듯 하면서도 위안부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데, 이렇게 일본여성들이 과거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고 말하며 여성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이들 단체는 한일 양국 간 우호관계를 위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에도 전주시내를 돌면서 호소문이 적힌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일일이 전달했다. /김승만기자·na198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