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군산시 소룡동 성원상떼빌 아파트. 주차장에는 누런 진흙과 나무, 차량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날 새벽 군산지역에 쏟아져 내린 폭우로 아파트 옆 절개지 위에 있던 토사와 나무들이 쓸려 내려오면서 빚어진 광경이다. 주차된 차량 40여대가 토사에 밀린 채 엉킨 모습은 당시 상황을 가늠케 했다. <관련기사 4면>

굴삭기는 진흙더미를 치우느라 분주했고, 주민과 공무원들은 흙탕물을 씻어내는 데 분주했으나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파트 피해는 바로 인접해 있는 월명산의 절개지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탓에 토사가 쏟아져 내린 것이다.

주민 백모(38)씨는 “번개가 치면서 돌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정전까지 돼 밖을 내다봤는데 주차장에 토사가 쏟아져 내리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정말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화동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아파트를 진입하자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의 모터 소음이 아파트 전역에 울려 퍼졌다. 평지인데도 아파트에 물이 차오르면서 건물 지하에까지 덮친 것이다.

더 문제는 차량들이었다. 780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주차장에는 휴일 아침처럼 주차된 차량들로 빼곡했지만, 물에 침수돼 작동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차마다 헤드램프에는 빠지지 않은 물이 차있어 당시 상황을 대변해 줬다. 주민들은 저마다 손에 헝겊을 들고 차량 내부를 닦거나, 차안에 찬 물을 퍼내는 손길로 분주했다.

주민 송모(61)씨는 “1992년에 이 아파트에 입주한 본토박이인데,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다. 당시 갈수록 물이 차더니 골반까지 수위가 오르면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가장 큰 문제는 전기가 끊긴 것이다. 전기가 안들어오니 물도 공급이 안 되는 등 기본적인 생활도 못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2km 남짓 떨어진 영화동 영화시장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리는 상가에서 내놓은 집기류들로 즐비했다. 사람이 북적대던 시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해복구를 하는 시장상인들만 바삐 움직였다.

수마가 군산을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참혹함만 남았다. 시간당 최대 130mm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내리면서 군산 전역이 수해를 입었다. 수해 현장에서 바라본 군산지역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날 군산시가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수해는 나운동과 흥남동, 수송동 등 저지대지역의 피해가 컸다. 비 피해로 주택 418가구와 상가 881개동이 침수되고, 차량 881대가 물에 잠겼다. 또한 3개 지역이 정전되면서 1778가구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고, 산업단지 내 7개 기업이 비 피해로 공장가동을 멈췄다.

외곽지역도 피해가 잇따랐다. 닭 4만8000수가 죽고, 벼 3447ha, 밭작물 14ha 등 농작물 피해도 속출했다. /김승만기자·na1980@, 군산=임태영기자·kukuu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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