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현판 옆으로는 불망비 2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 비석은 지난 1929년 진안 지역에서 고(故) 윤치호의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지었던 소작인들이 세운 ‘시혜불망비(施惠不忘碑)’와 윤치호가 당시 부귀 초등학교 건립당시 땅을 기증한 것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부귀면 주민들이 세워준 ‘흥학불망비(興學不忘碑)’다. 원래 이 비석들은 부귀초등학교 내에 있었다.
윤치호는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등 애국 계몽활동을 지도하고 105인 사건으로 투옥되기까지 한 열사였다. 하지만 1915년 친일 전향을 조건으로 특사로 석방된 뒤 친일단체인 ‘토요회’ 및 ‘조선교화 단체연합회’, ‘조선기독교연합회’와 ‘조선 임전보국단’ 등의 친일단체를 결성 및 가입활동을 벌이면서 친일의 삶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1945년 일제식민지에서 해방되던 해에 숨을 거뒀다. 광복이후 윤치호의 친일행적이 드러났지만 교정에 설치됐던 불망비는 아무런 걸림돌 없이 60년 넘게 존치됐다. 그러던 중 2009년 4월 부귀초등학교 교정에 윤치호를 기리는 불망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고, 기관장 회의 등을 통해 같은 해 7월 충북 충주에 위치한 민족문제연구소 일제강점기 역사관 자료실로 옮겨졌다.
이후 진안문화원과 해평윤씨 종중 측에서 민족문제연구소측에 계속적인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는 변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조건부를 내건 뒤 공증을 마친 지난 7월 8일 불망비 2기를 반환했다. 조건은 ▲공공장소에 불망비 설치 불가 ▲불망비 반환 축하 행사금지 ▲윤치호에 대한 친일행적을 알리는 안내문 설치 등이었다.
이날 교정 밖 불망비 옆에 설치된 안내현판 제막식도 지역민과 후세에 정확한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김재호 지부장은 “이번 안내현판 제막은 불망비와 함께 윤치호의 친일행적을 알려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