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 진안군 부귀면 부귀초등학교 앞. 도로가에 세워진 ‘불망비(不忘碑)’ 옆으로 기념비의 내용을 알리는 안내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의 주최로 열린 안내현판 제막식은 불망비의 내용과 내막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안내현판 옆으로는 불망비 2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 비석은 지난 1929년 진안 지역에서 고(故) 윤치호의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지었던 소작인들이 세운 ‘시혜불망비(施惠不忘碑)’와 윤치호가 당시 부귀 초등학교 건립당시 땅을 기증한 것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부귀면 주민들이 세워준 ‘흥학불망비(興學不忘碑)’다. 원래 이 비석들은 부귀초등학교 내에 있었다.

윤치호는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등 애국 계몽활동을 지도하고 105인 사건으로 투옥되기까지 한 열사였다. 하지만 1915년 친일 전향을 조건으로 특사로 석방된 뒤 친일단체인 ‘토요회’ 및 ‘조선교화 단체연합회’, ‘조선기독교연합회’와 ‘조선 임전보국단’ 등의 친일단체를 결성 및 가입활동을 벌이면서 친일의 삶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1945년 일제식민지에서 해방되던 해에 숨을 거뒀다. 광복이후 윤치호의 친일행적이 드러났지만 교정에 설치됐던 불망비는 아무런 걸림돌 없이 60년 넘게 존치됐다. 그러던 중 2009년 4월 부귀초등학교 교정에 윤치호를 기리는 불망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고, 기관장 회의 등을 통해 같은 해 7월 충북 충주에 위치한 민족문제연구소 일제강점기 역사관 자료실로 옮겨졌다.

이후 진안문화원과 해평윤씨 종중 측에서 민족문제연구소측에 계속적인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는 변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조건부를 내건 뒤 공증을 마친 지난 7월 8일 불망비 2기를 반환했다. 조건은 ▲공공장소에 불망비 설치 불가 ▲불망비 반환 축하 행사금지 ▲윤치호에 대한 친일행적을 알리는 안내문 설치 등이었다.

이날 교정 밖 불망비 옆에 설치된 안내현판 제막식도 지역민과 후세에 정확한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김재호 지부장은 “이번 안내현판 제막은 불망비와 함께 윤치호의 친일행적을 알려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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