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중앙, 하얀 모시가 흩날린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조각보를 이은 문발(문에 치는 가리개)에는 대
나무 속 팬더도 그리고 큼지막한 사자성어도 썼다. 이는 먹물과 물감, 염색으로 형상화한 것.

‘작품은 곧 사람’이라는 말마따나, 칠순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자유로움은 영역과 영역 혹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유연함과 맞닿아 있다. 23일까지 공유갤러리에서 열리는 람곡 하수정의 25번째 개인전 ‘빙점Ⅲ’.

서예가이자 문인화가,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쏟아낸 전시로 ‘한스타일’의 일환인 한지의 쓰임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예를 한 지는 50년, 문인화를 한 지는 40년 된 지금에 와서 다른 걸 왜 하냐는 사람들이 많아. 전통을 고수하면서 현대를 반영하는 게 예술간데 가만히 있을 수야 있나.”

4년 전, 패션협회에의 가입은 기회였다. 글씨를 써 내려가던 종이 ‘한지’를 넘어 스스로 숨을 쉬는 헝겊 ‘한지천’의 매력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천연염색과 무늬내기를 토대로 이불, 돗자리, 가리개 등 침구류 위주의 실용품을 제작, 전시를 열고 공방을 내기에 다다랐다고.

“몇 년 전부터 ‘천을 캔버스 삼아’ 작업했는데 이번에는 활용과 주제를 두루 부각했어요. 나보다는 남을, 경쟁보다는 평화를 우선시 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동정녀 마리아가 대표적이지.” 작품 맨 아래 수놓인, 짧은 머리 유쾌한 미소의 ‘수정이 자화상’도 눈길을 끈다.

전주 출신으로 성파 하동주 선생과 강암 송성용 선생을 사사했으며 현재 우리집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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