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다 고달프면 돌아올 줄 안다’(도연명)

‘모든 산봉우리에 휴식이 있다’(괴테)

고향을 두고 하는 소리다. 다가오는 휴가철, 물설고 낯 설은 타지보다는 나고 자란 곳곳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전북도립미술관 2011년 기획전 ‘전북을 만나다-들과 갯벌’이 18일부터 8월 5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 해 ‘흐르는 강물처럼-전북의 강이 품은 역사․문화․상상’전의 연장선상으로 이전에는 전북의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강으로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김제와 부안, 익산을 들과 갯벌로 보여준다.

김제의 평야와 벽골제, 부안의 채석강과 새만금, 익산의 미륵사지 등이 그 예. 5개 분야에 따라, 29명의 작가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곳곳을 만날 수 있다.

이홍규와 박찬웅의 경우, 있는 그대로를 풀어낸다. 그 중 이홍규의 ‘삶-터전’은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인 필선 위 담묵(옅은 먹)과 농묵(짙은 먹)을 교차, 부안 갯벌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박찬웅의 ‘관기정미소’에는 마을 어귀, 곡식을 도정하고 여론을 형성했던 정미소가 있다. 유독 사라져가는 것들에 애착이 간다는 그는 정면 촬영과 흑도 백도 아닌 중간 톤, 인적 없는 시골 풍경을 통해 과거의 아련함부터 현대의 문제점까지를 얘기한다.

이창규와 이정웅, 노시은의 그것은 낯설다. 과거를 현대로 불러들인 까닭이다. 이창규는 달과 태양, 오방색을 차용해 ‘경기전’을 추상화로 선보인다.

이정웅은 ‘망해사에서 바라본 만경평야’에 특유의 책 기법을 입혔다. 길이와 두께, 재질이 다른 책을 잘라 조합하는 방식으로 생생하면서도 아늑한 평야가 이어지는 중이다.

노시은은 발상부터가 남다르다. 특정 장소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작품화한 탓이다. 지역의 넉넉함과 포근함 또는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하는 ‘씨알감자’는 동을 가열하거나 두드려 제작했다고.

이 외에도 강정이의 ‘공유’, 김철규의 ‘인체풍경’, 박계성의 ‘수평2011-6’, 신 철의 ‘기억풀이-설렘’, 박진영의 ‘間-3개의 공간’, 엄영섭의 ‘서해안 해돋이’가 있다.

정우석 학예연구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배우고 또 가꾼다는 취지”라며 “매해 주제를 바꿔가며 전북도를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는 290-6888./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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