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무덤을 쌓아 물고기를 잡고, 풀밭에 누워 별을 세던 전주천. 그 곳에서의 기억을 헤아려 본다.

김종철의 두 번째 개인전 ‘회유(回遊)’는 ‘두루 돌아보며 노닌다’는 뜻 그대로, 어린 시절 놀이터 전주천을 더듬는다. 한 장소에 대한 추억도 가지가지. 선과 빛, 그림자를 어우른 모빌과 칸칸이 나뉜 상자,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설치 작품으로 드러난다.

“나고 자란 곳인 만큼, 여기저기 추억이 가득해요. 이번 조형도 그 일부라고 할 수 있죠. 누구나 보았을 테지만 누구나 드러낼 순 없는, 저만의 색깔로 덧입힌 게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새하얀 벽을 배경으로, 길고 짧은 줄에 매달린 박쥐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꿈꾸는 갈매기마냥 날개를 휘젓지만 그 자리일 뿐,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스스로인 것도 같다. 그러함에도, 새로운 것에의 도전은 아름답다.

큼지막한 상자 칸칸에 놓인 닭과 고추, 물고기, 단발머리의 소녀와 생각하는 여인상은 아무리 봐도 부조화다. 동으로 만든 직사각형, 군데군데 자리한 구멍 또한 일관성 없긴 마찬가지.

“삶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닐까요? 가령 으리으리한 부잣집 주변을 맴도는 비렁뱅이를 생각해 보세요. 또 드넓은 마당, 널브러진 고추 곁을 어슬렁거리는 개도 있죠. 그 또한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리고 있잖아요? 다름을 받아들인, 공존하는 세상을 표하려 했습니다.”

세상을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듯 맴도는 나는 빨갛고 파랗고 노란 물고기. 얌전히 열어둔 원의 귀퉁이는 어서 돌아오라고 외치고 있다.

“돌과 나무, 유리, 동, 플라스틱을 사용했어요. 다음 주제를 정하진 않았지만, 청동을 가지고 해 볼 생각이에요..”

조각가 김종철은 전주 출생으로, 군산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계속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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