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선 나비였지만 꿈밖에선 사람일 뿐.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노닐던, 찰나의 강렬함은 그를 혼돈케 한다. 나는 나비인가, 사람인가.

이희춘의 18번째 개인전 ‘몽유화원도’는 무위자연이라는 큰 틀 아래 ‘중도읽기’ ‘대지여행’ ‘무위소묘’를 거쳐 다다른 곳이다. 그런 그가 붓 가는 대로, 13년 산수에의 사랑을 녹여냈다.

‘몽유화원도’는 장자의 꿈 ‘제물론’을 토대로, 꽃과 나무 사이 나비와 장자를 담는다. 꿈과 현실로, 영역을 달리하는 존재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정되죠. 나쁘고 좋다는 것 또한 사회관습의 영향 아니겠어요? ‘제물론’에서 말하는 바도 다르지 않아요. 함께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다룸으로써 세대를 오가는, 어느 쪽으로든 치우침이 없는 삶을 권하고 싶었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시원스러운 색감과 자개인 냥 반짝거리는 재질은 동양화인 것도 서양화인 것도 같다. 이 화가는 “한국화와 서양화의 기법을 섞었다”면서 “이 또한 주제의식을 반영키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개농 속 사슴을 만들기 위해, 대리석 돌가루를 사용했다. 나이프로 밀어가며 조심스레 붙인 후 아크릴 물감을 칠해,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이미지를 발산한다.

“안료 하나로도 여러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짓이기면 텁텁한 맛이, 세우면 미끈한 맛이 나니까요. 또 색상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새로워지려고 노력한 결과겠죠.”

앞으로도 자연을 좀 더 깊이, 세세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서신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이희춘 화가는 전주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중국 조형미술과 박사과정을 이수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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