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환경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서식하는 큰부리바람까마귀 한 마리가 제주 마라도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새는 아열대성 조류로서 주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중국 서남부에 분포한다. 환경부는 이 새를 포획한 후 개체 인식용 가락지를 부착해 방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마라도는 이 종이 서식하는 분포권에서 북동쪽으로 가장 멀리 위치한 곳이 됐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제주도가 이미 아열대 기후권에 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상청의 아열대 기준은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5.1도에서 18도 미만일 경우인데 추자도나 산간지역을 제외한 제주도 전역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제주도에서는 감귤의 개화기가 빨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다.
  제주도가 이렇게 더워지고 있는 것은 정상을 벗어난 이상기후 임에 분명하다. 제주도뿐만 아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71년에는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 기후권에 든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물론 전 세계적 현상이다. 
  유럽은 지금 사상 최악의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은 500년 만의 가뭄에 신음하는 중이다. 영국 런던은 지난달 기온이 40.2도까지 올랐는데 1659년 이후 최고라고 한다. 고온건조한 날씨로 유럽 각지에서는 산불까지 크게 번졌다. 중국에서 이상기후는 가히 드라마틱할 정도다. 같은 나라 안에서 폭염과 가뭄, 폭우에 때아닌 여름 폭설까지 내렸다. 브라질 역시 비가 오지 않은 데다 서리까지 내려 피해가 극심하다. 이 나라의 주요 생산물인 커피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여름 우리나라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115년 만의 폭우로 곳곳에서 인명 피해가 나고 많은 재산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이 폭우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그뿐 아니다. 마치 동남아가 된 것처럼 장마가 끝난 뒤에도 스콜성 비가 자주 내렸다. 습도도 높다.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가 된 것이다. 
  흔히 지구의 역습이라고 한다.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지구를 망쳐 놓으니 그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바로 이상기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평균온도가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그 영향을 체감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기상 재해가 일상화 하는 시대가 막을 올리고 있다. 지금의 경고를 무시했다가는 어떤 재앙을 겪을지 상상하기조차 싫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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