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자란 ‘18세 어른’이 또 세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 21일 광주 광산구에 있는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에서 A군(18)이 숨져 있는 것을 인근 농장주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CCTV 확인 결과 A군은 지난 18일 오후 건물 옥상에 올라가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지역의 모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하면서 거처를 학교 기숙사로 옮겼다.

  경찰은 A군이 평소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주변의 진술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인 것으로 보고 있다. A군은 보육원을 나오면서 받은 700만 원의 지원금 가운데 상당액을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숙사 방에서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의 짧은 글이 적힌 종이쪽지가 나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에도 18세 고교생이 비슷한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있었다.
  왜 이렇게 불행한 일이 이어지는 것인지 납득이 어렵다. 비슷한 사건을 다룬 한 뉴스기사의 헤드라인은 “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였다. 정부나 지자체는 왜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보육원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국가의 지원으로 생활한다. 그러다가 18세가 되면 푼돈에 불과한 몇백만 원을 손에 쥐고 보육원을 강제로 나와야 한다. 이런 처지의 아이들은 1년에 대략 2천500여 명에 달한다. 이후는 앞이 캄캄하다. 개중에는 성공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생활고와 외로움, 장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사회적응에 실패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 국회 등 책임 있는 주체들은 수수방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육원 출신 ‘18세 어른’에 대한 지원은 몇백만원이 전부다. 아무런 준비 없이 험한 사회에 내던져진 이들은 대부분 일자리 찾기에도 실패하고 대학 생활도 마치지 못한다. 그리고는 범법자가 되거나 아르바이트로 풀칠을 하는 등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거창한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또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책도 나와 있다. 보호종료 아동 연령을 18세에서 더 높게 상향조정하고 지원금도 대폭 늘려야 한다. 또 그룹홈 등을 조직해 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대책으로 꼽힌다. 더 이상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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