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진 소설가·음악평론가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모든 문제는 그 문제를 풀 당사자를 찾아간다.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거나 재수없다고 피해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 눈에 띈 문제는 찜찜한 예감을 일으키고 그 안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더 크게 확대되어 찾아온다.
 
눈에 띈 문제를 피하지 말자. 어떤 문제든지 내가 해결하겠다고 책임감을 갖고 나서면 문제는 기회라는 상을 준다. 반대로 문제를 피해가려 애쓰면 우리를 무책임한 사람 비겁한 사람으로 드러나게 만들어 불행한 사람으로 만든다.
 
지난 8월 8일 오후에 서울과 경기지역을 80년만의 폭우가 기습해 곳곳이 물에 잠기고 쓸렸다.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반지하 집에 살던 일가족 4명 중 3명이 숨졌다.
 
그 시간에 대통령도 폭우를 봤고 도로가 침수돼 강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 퇴근을 했다고 회고 했다. “내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됐더라.”는 게 대통령의 말이다.
 
9일 날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찾은 뉴스를 봤다. 무릎 높이도 채 되지 않는 창문을 보니 먹먹함이 밀려왔다. 노모와 발달장애 언니와 사실상 가장이었을 동생, 동생의 10대 딸로 구성된 가족의 면면을 떠올리자 마음은 더욱 아팠다.
 
그런데 현장에 간 대통령은 이들이 왜 변을 당했는지 도통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동생분도 거동이 불편했어요?” “(밤 10시면) 주무시다 그랬겠구먼.” “왜 대피를 못하셨을까.” 엉뚱한 질문만 했다.
 
밀려든 물살이 차올라 반지하 집 현관문이 꿈쩍도 안 했을 사정을 도무지 짐작조차 못하는 듯했다. 물론 숨진 이들에게 대통령이 가져야 할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 지역에 누가 살고 어떤 피해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뉴스에 비친 참사 현장을 찾은 대통령은 쭈그려 앉아 반지하 창문을 통해 참사 현장을 둘러보았는데 대통령의 신발은 검은색 정장 구두였다. 수해 현장에 구두라니, 정말 정이 뚝 떨어지는 말이 안 나오는 그림이었다.
 
그 시기 국민의힘 당대표에서 밀려난 젊은 전대표가 가처분신청을 내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자신이 어떤 대접을 받으며 대표직을 수행해 왔는지를 설명하다 북받쳐 눈물을 보였다.
 
그 눈물은 그의 반대세력들이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를 그래서 국민의 힘의 오늘의 문제에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모두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눈물을 보며 당대표가 아니라 9일 날 서초구 반지하 집을 찾은 대통령의 눈에 저 눈물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했다. 어쩌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문제의 몇마리 토끼를 일시에 잡는 효과를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새 정권 출범 100일의 시간을 살고 있다. 그리고 현재 대통령은 국민지지율이 20%대다. 국민눈치가 보여서 신경을 써야 하는 그런 대통령이 참사현장에서 통치자의 책임을 통감하며 눈물을 흘리고, 국민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을 이제부터라도 살피고 챙겨 임기동안 국민이 안녕하고 평안한 삶을 살도록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그날 이후 여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못내 아쉬웠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주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할지 답이 없어 보이는 국내·외 문제들이 우리나라의 하루하루를 목졸라오고 있다.
 
이 많은 문제 앞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만큼 시원한 정치를 못하고 있는 게 현재이다. 문제 앞에서 ‘문제=불행’이지, 문제 재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문제=행복’을 열어주는 내게 찾아온 기회라고 받아드리며 정치를 해보시라.
 
어쩌다가 내 대에 이런 문제가 생겼냐고 탓하지 말고 내 대에 이런 문제가 생겨 내가 훌륭한 지도자가 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을 갖고 문제를 대하면 우리 대통령도 가장 번영된 정치를 한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대통령이 될 절호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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