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까지도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것은 종교였다.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심리적 승복이 필요했고 종교는 이에 적합했다. 그래서 왕과 종교 수장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자신들의 체제를 공고히 했다. 고대의 지배자들은 태양의 아들을 자처하거나 천자 즉 하늘의 아들이라는 설화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지배층에 저항하는 것은 곧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어서 엄단하는 것이 마땅했다. 

  이 체제는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이성이 신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통치 권력은 신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18세기 계몽주의는 자유주의를 강조했다. 자유주의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정치사상이다. 아담 스미스와 존 로크, 몽테스키외 같은 사상가들이 기초를 닦았다. 
  이들 사상가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사상과 언론의 자유다. “누구든지 사상 때문에 처벌받지 않는다”라든가 “사상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명제가 일반화 했다. 그 이전 권력자로부터 부당한 지배와 억압, 차별, 방해를 받아야 했던 민중들은 자유주의 세례를 받으면서 해방을 추구했다. 오늘에 와서는 사상과 양심은 물론 종교, 신체의 자유에서부터 직업선택, 거주 등 여러 자유권이 보장되고 있다.  
  이 자유주의는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그리고 프랑스 혁명 등의 정신적 기반이었다. 이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추구하는 가치체계로 자리잡았다. 특히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보편적 가치다. 프랑스 헌법 1조는 “프랑스는 모든 신념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헌법은 ‘세계관적 신조의 자유’라는 표현을 썼고 일본 헌법은 ‘사상 및 양심의 자유’를 명시했다. 우리나라 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성문화했다. 
  이웃 일본에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반대 측은 국장은 추모를 강요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옥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장을 반대하고 있다. 도쿄도에서는 1천여명이 참여한 반대 시위도 벌어졌다.
  집단주의가 일상화된 일본에서 이런 반대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다음과 같은 말은 곰곰 새겨야 할 명언이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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