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의 죽음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 A 씨는 유서를 통해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보증금 300만 원에 40여만 원인 월세를 제때 못 낼 만큼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와 난치병으로 인한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생활고를 겪어왔던 두 딸이 기초생활 수급 등의 복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쓸쓸한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자체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월 최대 120여만 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 의료비 ·주거 지원 등의 도움을 줄 수도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해당 주소로 전입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말 전남 완도 해상에 빠진 차량에서 생활고를 겪어왔던 40대 조모씨 일가족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돼 충격을 준 지 두 달도 안 돼 또다시 발생한 일가족 3명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라 더욱 안타까움을 준다. 

지난해 생명존중시민회의가 경찰청의 ‘2020년 경찰통계 연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 1만2,776명 가운데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가 3,249명으로 전체의 25.4%를 차지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4명 중 1명의 자살 원인이 생활고였단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선 이 같은 경제문제로 인한 성인들의 자살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청소년들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늘었다는 통계까지 나와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한국 생명 존중 희망재단의 '2022년 자살 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전북지역에서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은 2,351명으로 전국상위권인 2.4%였고 자살을 생각해본 청소년은 강원의 13.2%에 이은 13.1%로 전국 두 번째로 높았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과 함께 지역 차원의 사전 대책 마련이 당면 과제가 되고 있음이다. 자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사회취약계층의 경제적 위기 극복 지원 망을 더욱 촘촘히 갖춰나가는 것은 물론 청소년층으로까지 확산한 생명 경시 풍조 차단을 위한 사회적 관심 제고 역시 시급하다. 지역사회의 적절한 대책과 노력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이대로는 안된다. 자살률 세계 4위 한국의 오명, 이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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