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재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최근 교육부의 행보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만 5세 입학’ 정책이 교육부 장관 사퇴로 이어진 데 이어 대안 격인 ‘초등전일제’도 성급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입학 연령 하향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약 98%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헌 이래 단일 정책에 대해 이 정도로 찬반여론이 일치된 사례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필자 또한 성급한 정책에 반대하는 바이지만, 한편으론 두 정책 모두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헤쳐 나가는 데 일정 부분 필요한 점도 있기에 이번 사태로 도입 시기가 무한정 뒤로 미뤄져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마음이다.
우리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격차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학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었다. 특히 김영삼 정부에서는 만 5세 입학을 ‘허용’하는 법안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물론 실제론 조기 입학의 비율이 수년째 감소세이고, 오히려 입학을 유예하는 사례가 증가세에 있다곤 하나 조기 입학이 미래 과제 중 하나로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초등전일제 또한 맞벌이 부부의 돌봄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측면이 있고, 현재에도 방과 후 학교와 초등 돌봄교실 등 유사한 제도가 시행 중이기에 공감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제 개편’과 ‘돌봄 확대’라는 두 영역 모두 언제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충분하고도 긴 시간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제 개편의 경우 사교육 불평등을 더욱 부추기고, 부모의 육아 휴직 부담만 가중할 것이며, 아동의 성장주기로 보더라도 현행과 같은 만 6세 이후 입학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돌봄 확대의 경우에도 수행 주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정책들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오직 학생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일념으로 접근할 때만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최근 교육부의 방식을 되풀이한다면, 해당 정책들에 대한 긍정적 논의는 어쩌면 영영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번 논란의 시작점이 된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의 경우 교육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급작스레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고, 대통령 공약 사항이나 인수위 과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2025학년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급속도로 제시되었고, 이에 비판 여론이 일자 당장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바꿔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번에 여론을 달구고 있는 초등전일제도 유사하다.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초등전일제를 내년부터 시범 도입해 3년 뒤인 2025년엔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겠다고 급작스레 발표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업무지시의 여하에 따라 백년대계 교육 정책들이 뚝딱뚝딱 공장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하물며 초등전일제는 대통령 국정과제였다고 한들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는 타당한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주요 국정 운영 원칙으로 ‘공정과 상식’을 제시하며,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을,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정 기조가 최근 우왕좌왕하고 있는 교육부에게 지침이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교육 정책은 미래 세대를 위한 등불’이라는 상식을 바탕으로, 누구나 납득가능한 공정한 방식으로, 오로지 학생만을 위한 관점에서 유익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길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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