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죽음을 두러워하며 폭력을 겁내지 않음이 없나니, 자기를 헤아려 남에 견주어 죽이지 말며 때리지 말라.”

  “마땅히 거친 말을 하지 말지니 그 말에는 마땅히 두려운 보가 따르며, 악이 가면 재앙이 오나니 폭력을 쓰면 제몸에 닥치리라.”
  이 경구들은 모두 불경에 나오는 것들이다. 
  폭력이나 살인에 대한 경책이 담겨 있다. 부처는 철저한 비폭력주의자였다. 폭력에 결연히 반대하고, 나아가 폭력에 대해 폭력으로 맞서지 말고 사랑과 자비로 승화하고 인욕의 자세로 대하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부처님을 믿는 승가에서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다. 부처가 그토록 비폭력을 외쳤지만 그의 제자인 승려들은 때리고 욕하는 짓을 저질렀다. 
  우리나라 불교사에서도 승가에서 폭력 사태는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950년대 벌어진 ‘비구·대처승간의 분규’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5월20일 불교에 대한 유시를 내렸다. 일제의 잔재인 대처승이 한국불교의 법통을 망치고 있으니 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득권층인 대처승과 혁신을 외치는 비구승 간의 긴 투쟁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폭력배들이 개입된 것이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비구승과 대처승 싸움에 깡패들이 앞장 선 것이다. 이후 한국 불교계는 폭력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자주 노출됐고 그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유명 사찰인 봉은사 앞에서 벌어진 승려 폭력 사태가 일파만파 큰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의 종단 선거 개입 의혹에 항의하는 노조원을 승려들이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폭력의 잔인성이 승려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여서 공분을 샀다. 머리를 찍어누르고 발길질을 한 것이다. 불교계는 “권승과 승가의 탐욕이 원인”이라며 폭력을 행사한 주체를 축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처가 그토록 경계했던 폭력을 불제자를 자처하는 승려들이 휘둘렀다는 것은 통탄할 노릇이다. 뿌리 깊은 한국불교의 폭력 관행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터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불교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날카롭다. 알량한 종단 권력이나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식을 줄을 모른다. 승려들은 다음과 같은 부처의 말씀을 새길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악을 짓고도 스스로 악 짓는 줄 알지 못하매, 재앙이 뒤쫒아와 스스로 태워 죄값의 그 불길이 사나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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