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황화대 칼럼-10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전북기절놀이 한바탕 공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체적인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대회 성공 조건은 조직위원회 거버넌스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 역량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회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인 백중절 기절놀이를 개막식에 넣어 전 세계인과 함께 전북민속예술을 소개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대표적으로 무주군 무풍면 현내리 기절놀이와 전주 삼천동 기접놀이 등을 들 수 있다. 송화섭 중앙대학교 교수가 복원한 현내리 기절놀이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상하 마을(현재 북리)과 고도 마을이 함께 한다. 농기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여기에서는 상하 마을 농기가 대장기이다. 먼저 고도리 농기가 대장기인 상하 마을 농기에 절을 하면, 대장기가 답례를 하게 된다. 농기의 서열은 농기를 제작한 순서에 의해 정해진다. 기절놀이 과정은 당산제, 기절놀이, 줄다리기, 뒤풀이 굿 순서로 진행된다. 기절놀이에 필요한 농기와 용기, 영기, 담기(뒷담, 앞담)와 제관, 풍물 복식, 풍물 악기 그리고 줄다리기 동아줄 등은 무풍면사무소에 보관되고 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전라북도 전통기절놀이를 무풍 기절놀이처럼 재현한다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태극기를 비롯해 UN기, 171개 참가국 국기, 스카우트기, 그리고 우리의 전통농기, 용기, 영기 등이 활용된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열리면 운동장 위로 만국기가 휘날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는 웅장한 농악 풍물 연주가 넘실대는 새만금 파도와 함께 세계 평화와 번영을 약속할 것이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고 만물을 교화시키자는 홍익인간 재세이화가 구현되는 순간이 아닌가?

송화섭 교수는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앞서 올해 8월 13일 전라감영에서 개최되는 백중절 전라북도 풍년제가 벤치마킹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전라북도민속예술진흥회 연합회(회장 최무연)는 전라감영에서 전라북도 14개 시·군 민속예술인들이 다함께 즐기는 백중절 기절놀이를 개최한다. 전라감영 동서남북 4개문 방향에서 시·군 기들이 입장을 하고, 감영 마당에서 전라북도 기와 절을 하는 형태이다. 제일 먼저 전라북도 기가 북문으로 입장한다. 그 다음에는 동문으로 무주·진안·장수, 서문으로는 정읍·김제·고창, 남문으로는 전주·임실·남원·순창, 그리고 북문으로는 익산·군산·완주 기가 입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절놀이와 농악대 합굿, 마당놀이, 술멕이 음식나눔 등도 함께 개최된다.

이 같은 기절놀이는 국민통합과 축제분위기 고조 등을 위해 전국체전 등에서도 시도해볼 만하다. 기절놀이는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더불어 농악, 농기놀이 등 놀이문화가 풍부하기 때문에 진한 감동을 크게 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기절놀이를 가장 세계적인 Flag Parade로 승화할 수 있다. 기와 음악, 율동 등이 푸른 야영장과 황해, 하늘, 그리고 변산과 멋지게 어우러질 것이다.

잼버리는 북미 원주민의 시바아리(shivaree)란 말이 전음화된 것이라고 한다. 시바아리는 ’즐거운 놀이’, ‘유쾌한 잔치’라는 뜻이다.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 경이 1920년 영국 런던의 올림피아에서 열린 제1회 세계잼버리에 잼버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정식 대회 명칭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기절놀이는 이 같은 잼버리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어서 공연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는 전 세계 회원국 5만여 명 이상의 청소년과 지도자자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2023년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새만금에서 인종, 종교, 이념,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문화교류와 우애를 다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17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세계는 하나(Many Lands, One World)’라는 주제로 135개 국 만9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내년 대회는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를 주제로 내걸었다. 2023년 개막식에서 전라북도의 기절놀이가 세계적으로 소개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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