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찾고 소득도 올리고
  • 유기농 쌀과자 누룽지 칩 출시
  • HACCP 인증도 받아 소비자 호평 이어져
▲ 강선진·황승호 부부

㈜농업회사법인 운향농원 강선진 대표(51)가 전하는 귀농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면기사 8월 3일자 16면>

강 대표는 ‘강소농’ 농부로 화끈한 변신을 시도했다.
귀농의 이유는 건강을 찾아 남원 운봉에 정착했지만, 그는 임상병리사로 전문 직업인으로 꾀 유명세를 떨쳤다.

X-RAY 연구개발직을 담당했던 남편, 그리고 임상병리사로 경기도에서 근무하던 가족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건강’을 되찾고 싶어서다.

올해로 귀농 12년째인 강선진 대표는 경남 의령이 고향인 여성 농부다.
지난 2010년 8월 6일에 운봉으로 이사 온 이래 그녀는 지금껏 ‘운봉댁’이자 ‘여성농부’라는 직함으로 제2의 인생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연고도 없는 남원 운봉은 지리산 분지에 속한 곳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리산 풍경에 가슴이 확 트인다는 천상 농부가 된 그.
도시생활 속에선 느끼지 못했던 상쾌함. 그는 이런 사계에 몸을 맡기며 순리에 따라 농사도 짓는다.

▲ 강선진 대표

그는 천상 농부였나?
첫 농사는 운봉 북천마을에서 이장님 찬스로 얻은 ‘묵밭’에 옥수수, 감자 등을 심은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첫 수확물이라 누구보다 애착과 기대가 컸지만, 막상 지대가 높은 곳에서 농사를 지은 탓에 적은 수확량은 물론이요, 들짐승들의 먹이로 전략하는 변수가 생겨버렸다.

이에 강 대표는 2년 만에 운봉 수철마을로 이사와 동시에 구입한 1500평 땅에 ‘오미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오미자는 경상도나 강원도에서는 쉽사리 느껴보지 못했던 새콤달콤한 맛도 매력이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비염, 기관지에 좋다는 효능을 이유로 가족들 생각에 심었다.

2~3년 잘 되는가 싶었는데, 오미자 농사는 친환경 농법 재배로 인해 병충과 싸워야 하는 또 다른 변수와 싸워야 했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결국 강 대표는 당뇨나 관절에 좋은 곤달비, 고추, 호랑이 콩, 방풍나물 등 소량다품종 농사를 짓는 실용적인 농사로 우회했다.

여러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오던 강 대표는 ‘계속 이렇게 작물만 고집하면 농사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로 2018년 활기찬 농촌만들기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바로 이너뷰티 사업을 시작한다.

그가 그동안 고집한 자연순환농업도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는 식품가공사업에 눈을 띄게 된 것이다.
농산물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같은 해 농업회사법인이 탄생됐다.

▲ 강선진 대표

귀농 후 달라진 일상...바른 먹거리, 이로움을 추구하는 농업이 천직
먹어서 몸에 이로운 식품을 개발하는 이너뷰티 사업 성격도 맘에 들었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하는 생산자로써만이 아닌, 가공식품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런 매력에 흠뻑 빠진 강 대표는 약 5000만원의 설비 등을 지원받아 국내산 유기농 현미를 이용, 가공한 쌀과자와 누룽지 칩을 출시하게 됐다.

지난 2020년에는 HACCP 인증도 받아, 지역 내 5개 로컬푸드 납품은 물론 각종 블로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쿠팡에도 입점해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러 판로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강 대표는 연 50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도 올릴 수 있었다.

이젠 엄연한 법인의 주 소득원이 되기까지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고 건강도 찾았다.

그덕에 그는 식품가공식품에 더욱 매진할 구상과 함께 현대인들의 식생활 트렌드에 따라 간편식 개발은 물론 유동식, 환자식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을 진행중이다.
식품가공기능사부터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강선진 대표

다행이 그의 운봉 생활은 순탄했다
그동안 직업상 방사선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 남편의 탈모가 점점 심해졌다.

또한 생후 6개월부터 11살까지 감기와 중이염을 달고 사는 아들 때문에 늘 고민이 많았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모든 만병의 원인이 식생활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 강 대표는 그런 연유로 ‘우리 먹거리라도 안전하게 직접 지어 먹어보자’는 결론 끝에 부부는 귀농을 선택했다.

결심이 서면서부터 실행은 추진력 좋은 남편 황승호(55)가 도맡았다. 귀농은 결정했지만, 어느 곳에 정착할 지가 문제였다.

그래서 부부는 몇년간 전국을 순회한 끝에 운봉에 정착했다.
“처음엔 남편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으로 향할까도 했는데, 거긴 너무 추운 거예요. 그래서 제 고향인 경상도 주변도 둘러보고, 가평, 영주 등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어느날 산청을 거쳐 남원 운봉 황산을 지나가면서 넓은 평야지역의 지형과 고원인 운봉이 너무 맘에 들더라고요. 여기다 싶었죠. 그래서 무작정 운봉에 정착하게 됐어요".

▲ 남편 황승호씨 

건강 되찾은 가족
강 대표는 유년시절부터 친정 부모님이 과수원을 영위해 온 탓에 농업이 낯설지 않았지만, 도시남이었던 남편은 모든 환경이 낯설 법도 한데, 김제농식품사관학교와 남원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교육을 받는 등 역량을 쌓아가면서 차근차근 귀농 준비에 열정을 보였다.

마을 이장님들의 도움도 컸다.
남원은 예로부터 모든 사람들이 고루 잘 살도록 하늘이 내려준 땅 ‘천부지지 옥야백리(天府之地 沃野百里)’로 불리우던 곳이다. 

최적의 옥토를 보유하고 있는 이점에 남원시가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센터를 중심으로 각종 교육과 다양한 정책들을 지원하는 등 귀농귀촌인을 적극 발굴, 육성도 큰 도움이 됐다.

▲ 유기농 쌀과자 누룽지 칩 

미래농업 치유농장 
강선진 대표는 요즘 농업융복합화 일환에서 자신의 미래농업모델을 치유농업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치유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남원시 지적장애인협의회와 MOU를 맺고,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실제로 작년에는 귀농귀촌협의와 연계, 여성귀농학교와 치유농장체험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너무 좋았다.

이밖에도 남원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남원명품대학 치유농업반도 졸업은 물론, 농촌교육농장 교사 양성 심화과정 수료와 함께 농어촌체험지도사 취득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으로 각종 농장체험(수확), 콩 농사를 활용한 두부(메주)만들기, 호랑이 콩 생육과정, 씨앗 파종, 결실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준비중이다.

특별히 강 대표는 자신의 치유농장을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해지는 농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나눠 서로 이로움을 추구하는 농업, 그것이 요즘 제가 생각하는 미래농업입니다".

"건강도 찾고, 소득도 올리고, 그러면서 나도 치유되고 서로 치유되는 농업 좋잖아요. 농업은저에게 천직입니다. 귀농하길 잘했어요”.

자신의 농업을 통해 미래를 꿈꾸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강 대표지만, 농사는 예나 지금이나 ‘하늘이 내린 대업’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농부가 된 자신을 돌아보며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귀농하기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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