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6일까지 제1회 왼손그림 전시회 ‘내 나이가 어때서’가 진행되는 세뼘박물관(완산구 마당재2길 77)

햇볕 쨍쨍한 3일 오전, 전주 남노송동을 찾았다.

옛 범양약국에 자리 잡은 세뼘박물관에서 제1회 왼손그림 전시회 ‘내 나이가 어때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지도에 범양약국과 세뼘박물관을 각각 검색해 봤지만, 위치를 찾을 수 없어 무작정 걷다가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길을 물었다.

일러준 방향으로 가니 범양약국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편하게 들어오라는 듯 유리문은 활짝 열린 상태였다.

5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주민 작가 10명이 그린 35점의 왼손 그림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5월 둘째 주에는 ‘자유주제’로, 5월 셋째 주 ‘그리운 사람’, 6월 둘째 주 ‘내가 사는 우리 집’, 6월 넷째 주 ‘추억의 음식’ 등 총 네 가지 주제로 4주에 걸쳐 그려진 작품들이었다.

물론 그림들이 세뼘박물관 벽면에 걸리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왼손 그림 작가로 활동하는 김정배 원광대 교수를 만나 처음 왼손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주민 작가들은 “오른손으로도 못 그리는 그림을 어떻게 왼손으로 하냐”며 막막함과 두려움을 가졌다.

자유주제로 그린 작품들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펜 선이 연하고 채색도 드문드문 되어 있다.

하지만 몇 번의 참여와 지도를 통해 매주 한 점씩 그림을 그리다 보니 갈수록 스케치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저마다 알록달록하게 색칠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이 모여 우리네 어머니가 됐다.

이들의 표현은 기막힐 정도로 직설적이다. 집이면 집이고, 음식이면 음식이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숨기거나 일부러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

삐뚤빼뚤하고 솔직해서 마치 어린아이 그림 같지만,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연륜과 세월이 응축돼 있다.

▲ 한 관람객이 왼손으로 쓴 방명록

작품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즐기는 방식이었다.

한 작품, 한 작품 머리를 들이밀며 작가의 삶을 들여다본 감상은 관람객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에 오롯이 드러났다.

“서울에서 온 학생입니다. 좋은 전시 잘 보고 갑니다.(왼손으로 쓴 글씨입니다.)”와 같이 방명록에선 왼손으로 쓴 글씨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낯설고 불편한 왼손으로 글씨를 쓰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감정에 이입하고 공감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왼손으로 그린 그림과 왼손으로 쓴 글씨가 공존하는 공간, 세뼘박물관은 그렇게 어설프고 서투르지만 따뜻한 공간이 됐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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