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녹이는 무더위...평년의 2배 수준으로 뛴 배추값
생활물가지수 7.9% 상승…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4.5% 올라
"절절 끓는 더위가 채소마저 녹아내리게 하고 있어요"
2일 오전 10시께 전주 남부시장 노점에서 십수년째 밭농사를 지어 시장에서 직거래로 배추와 채소 등을 판매하는 A씨(68)가 배추를 구입하기 위해 가격을 물어보는 B씨(58)에게 하는 하소연이다.
B씨는 자녀들이 여름 휴가를 오겠다는 전화를 받고 시장을 찾았다가 오른 배추값에 놀라 열무김치 두단(한단에 7천원)을 사정한 끝에 1만원에 구입했다.
주 중에 오겠다는 자녀를 생각하면 배추(전국 72.7% 인상)를 구입해야 했지만, 지난달보다 60% 오른 가격에 결국 열무를 선택했다.
이날 A씨가 판매하는 배추는 일부 시장 상인과 대형마트 배추 가격에 반절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A씨 배추는 일곱포기 묶음에 2만 6천원에 판매되는 반면, 인근 상가에선 배추 한포기에 5천원부터 7천원까지 판매됐다. 같은 날 대형마트 진열대엔 7990원 가격으로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A씨는 "배추가 밭에서 더위에 다 녹아버린다"며 "지난 6월보다 60%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서민의 밥상머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이야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서민들만 물가 상승에 고통스러울 뿐이다"고 말한다.
이에 B씨는 "김치만큼은 꼭 담가먹었지만, 배추값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에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여름배추 작황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채솟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도내 대형마트 기준 배추 한포기 소매 평균가는 7999원, 무는 4290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번 주 배추 한포기 평균가는 7천원을 웃돌았지만, 그렇다고 배추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배추가 금치가 됐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도 김치 담그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달 배추 출하량은 평년보다 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의 밥상물가가 비상이 걸렸다.
한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훨씬 넘어서며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배추값이 금값이 됐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급등했다.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6.0% 오르며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6% 이상을 기록한 건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23년 8개월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에 올라섰다. 5월에는 5.4%, 6월에는 6.0%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축·수산물은 7.1% 오르며 물가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채소류가 25.9% 급등해 서민의 밥상을 더욱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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