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현재 청와대를 관리 중인 문화재청 노조가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문화재청지부는 25일 논평을 내 "청와대를 거대한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켜 베르사유 궁전처럼 꾸민다는 문체부 장관의 업무보고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청와대 본관과 관저 일부 공간 등을 문화예술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대통령 역사 문화 공간과 수목원, 조각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문체부 장관의 업무보고는 청와대의 역사성과 개방의 민주성을 도외시하고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되돌리는 퇴행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문체부가 현 관리주체인 문화재청을 사실상 '패싱' 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문화재청은 지난 5월 청와대가 개방된 이후 대통령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청와대 권역 시설 개방·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이를 위해 내부에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 조직도 설치한 상태다.

노조는 "문체부는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자 하는 관계 전문가, 현재 청와대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묻고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위 상위 부처라고 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닌가"라며 "천 년 역사의 청와대를 대대손손 보존하고 향유할 중차대한 계획을 몇몇 관료의 단기간 기획으로 갈음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노조는 "청와대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문체부 계획에 우려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를 개방한 취지가 무엇인지, 역사성을 어떻게 보존할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활용 방안을 두고 문화재청 쪽에서 입장이 나온 건 처음이다. 문체부 계획이 발표된 이후 문화재청 차원에서는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위원은 "청와대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서 긴 호흡으로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문체부가 관계부처나 학계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가는 부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날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자문단장으로 하는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이하 자문단) 구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역사문화·예술콘텐츠·관광도심활성화 분과로 이뤄진 자문단은 청와대와 그 권역인 북악산, 경복궁, 광화문 일대에 역사문화 콘텐츠 발굴 역할과 함께 역사문와 연구 및 보전방안, 관리 운영 및 시설활용 등을 자문한다. 

자문위원에는 △역사문화분과에 신탁근 전 온양민속박물관 관장, 김원중 단국대 교수, 곽삼근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광표 서원대 교수, 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부교수가 선임됐고 △예술·콘텐츠분과에 이남식 서울예술대 총장, 정재왈 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이사, 성기선 이화여대 교수, 김세원 가톨릭대 부교수, 김방은 예화랑 대표가 합류했다. △관광·도심활성화분과에는 김학범 한경대 교수, 이훈 한국관광학회 회장, 조재모 경북대 교수, 이형재 전 가톨릭관동대 교수, 소현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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