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기후는 주로 열대지방 근처에서 나타나는 온대기후의 변형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대략 연간 8개월 이상이 봄 또는 가을이고, 연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기후다. 이 기후에 속하는 지역은 미국 플로리다주나, 대만, 중국 남부, 베트남 등지다. 일본의 경우 서일본이나 주부 남부, 간토 남부 등이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아열대 기후와는 거리가 있었다. 전형적인 온대 기후대에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됐다. 대기 온도와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아열대 기후 범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기상청이 작년 발표한 ‘신평년값(1991~2020년 30년 평균) 자료를 보면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었다. 또 울릉도를 비롯해 동해안 일대, 서해안의 목포와 압해도-흑산도 부근, 전북 고창, 남해안 일부 지역 등도 사실상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우리나라의 아열대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데 모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금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1세기 말에는 한국의 평균 기온이 무려 5~6도나 올라간다고 내다봤다. 또 2041년-2050년 사이에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은 물론 강원 영동, 남부 고지대를 제외한 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하여 21세기 후반에는 일부 고지대를 빼고는 모든 남한 지역이 아열대 기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는 생태계 변화와 직결된다. 특히 재배작물은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하다. 농진청에 의하면 21세기 말쯤 되면 사과, 배는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 못하게 된다. 또 복숭아의 경우에도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단감이나 감귤과 같은 내한성이 약한 작물은 재배 가능지가 늘어난다.
  보성군이 지역농가들과 함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는 아열대 작목 육성에 나선다고 한다. 최근 5년간 보성에서는 애플망고를 시작으로 바나나· 파인애플· 백향과 등 다양한 아열대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아직 면적은 1ha 이하로 작은 규모지만 농가의 관심도가 높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이미 제주도 등 여러 지방에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아열대 작목은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각광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렇게 아열대 산업 육성 등을 통해 기후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적자생존의 원리를 보더라도 인류는 어떻게든 여기에 잘 대처할 것이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지구 온도 상승을 최소한 수준으로 막아내는 일이다. 사과 · 배 재배를 못하게 되는 것은 큰일이 아니지만 온난화가 부르는 거대한 생태계 변화는 지구 종말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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