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늘날 우리 서민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큰 시름을 앓고 있다. 고금리와 치솟는 물가로 인해 식료품·유류비 등 서민 필수 품목이 급격한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7월부터는 전기료와 가스비가 인상될 예정이며, 버스 택시와 같은 서민 대중교통 요금마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과 경제가 무너지는 고통을 겪은 서민들이 이번에는 극심한 물가 인상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키고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본다면 이번 정부는 지금 물가 인상에 대한 책임을‘유리지갑’노동자에게 치사하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법인세·종부세 인하 등 이른바 ‘부자감세’로 대기업·부유층에는 혜택을 주어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를 자극하면서 가난한 서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을 감추면서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낮춰 이른바 ‘낙수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법인 기업은 83만여 개의 0.01% 수준에 불과한 80여 개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마디로 감면 효과는 영업이익이 큰 삼성이나 현대, SK같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전형적인 ‘부자감세’에 그칠 전망이다.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정부의 종부세 인하 정책도 ‘부자감세’의 대표 정책으로 고가·다주택자일수록 혜택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한 언론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24억7900만원인 2주택자의 감면 혜택은 2934만1000원으로 동일 가격 보유 1주택자의 감면 혜택인 441만1000원보다 약 7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 서울·수도권의 시가 8억원 넘는 상속주택과 지방의 4억원짜리 별장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 집주인 세금을 수백만~수천만원 줄여주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을 향한 감세의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의 오래된 정설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시절에 부유층과 기업을 향한 초대형 감세가 있었다. 하지만 투자와 고용 효과는 없었고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동시에 미국 역사상 최대의 국가채무 누적을 초래했다. 지난 2020년 영국의 런던 정경대를 비롯한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8개국의 1965∼2015년 사이 자료를 분석한 '부자 감세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는 소득 기준 상위 1%의 세전 소득점유율을 감세 후 5년간 평균 0.8% 포인트 높인 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실업률에 미친 영향은 통계적으로 0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자감세’는 ‘낙수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만 가중시키는 결과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지금의 정부는 대기업·부유층을 위한 감세로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켜 놓고는 정작 물가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막아 잡겠다는 망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부자들에게 종부세를 폐지해 주고 기업 법인세를 줄여주면서 개인의 소득을 보전할 소득세 인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개인을 죽여서 기업을 살리고 잡힐리 없는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물가 시대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은 노동자와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들일 것이다. 노동계를 윽박질러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고 가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공정하지 않는 일이다. 오히려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하기에 앞서 고물가 시기 노동자와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보전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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