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후백제견훤대왕 표준어진 Ⅱ

전라일보l승인2022.06.26l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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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황화대 칼럼-97 후백제견훤대왕 표준어진 Ⅱ
 
후대의 선비들은 잇따라 시문을 지어 진훤왕을 숭모하였다. 진훤왕이 늘 상 이겼지만 운이 다해 웅대한 포부도사라졌다고 하였다. 김부식처럼 도덕성 타령은 하지 않았다. 고려 말 포은 정몽주는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진훤왕을 회상하였다. 尙想甄郞意氣橫 진랑의 종횡무진한 의기가 아직도 떠오르네. 紛紛成敗暗傷情 분분했던 성패가 은연 중 마음을 아리게 한다. 一朝自作蕭牆禍 하루 아침에 스스로 가문의 재앙을 일으키니 百戰終非鐵甕城 백번 싸운 게 끝내는 철옹성이 아니었네. 大數眞人興白水 천명을 받은 진인이 백수에서 일어났거늘 老奸何物誤蒼生

어느 늙은 간물이 창생을 그르친단 말인가? 登臨豐沛龍興地 용이 일어났던 풍패의 땅에 올라 임하니 益切思君望玉京 더욱 간절한 임 생각에 옥경을 바라보노라!
  조선 중기 문신 계곡 장유도 추모시를 지었다. 百濟中興日 백제가 중흥을 하던 날에는 甄王躍馬年 진훤왕이 말을 재촉하던 시절이었다! 江山擅形勝 강산은 형승을 마음대로 하며 戰伐鬪機權 전투마다 機謨를 써서 승리하였어라! 運去雄圖盡 운이 다하니 웅대한 포부도 다하며 城留王氣遷 백제성은 남아도 왕기는 사라졌다! 神嵩亦消歇 고산처럼 높은 능력도 사라지며 成敗兩茫然 성공과 실패 모두 아스라이 멀어지네!
  우리는 진훤왕 어진제작을 계기로 진훤왕을 악인의 화신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김부식은 『삼국사기』 사론에서 “진훤은 신라의 백성에서 일어나 신라의 祿을 먹었으면서도 禍心을 품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다행으로 여겨 도읍을 침범하여 임금과 신하를 마구 죽이기를 마치 짐승 사냥하듯이, 풀 베듯이 하였으니 실로 천하에서 가장 흉악한 자였다.”고 폄하하였다. 신라와 고려 중심의 사관일 수도 있지만 927년 후백제군의 경주 습격에 대한비난에서 나온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신라 멸망 원인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신라 스스로가 道를 잃어 하늘이돕는 바가 없고 백성이 돌아갈 바가 없었던 것이다. 진훤왕은 패자로서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후견편파(hindsight bias)의 결과론적 평가를 받고 있다. 육당 최남선이 직설적 화법으로 ‘千古의 陰謀家 王建’이라고 단언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속지 말라는 말이다. 김부식의 기록에도 진훤왕은 경주인들과 기술자들이스스로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였다고 기록하였다.
  전주를 심장부로 하여 지금의 전라북도를 중심 영역으로 한 국가가 후백제였다. 역사의 패자가 된 진훤왕과 후백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고려를 지나 조선과 현재까지도 1,100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40년 전 미국 캔사스대학 허스트 3세 교수는 아직도 천명을 소유한 신라 왕조와 함께 후백제도 상당한 군사적 도덕적 힘을 가지고 진훤왕국은 반세기 동안 존재하고 실제로 번성했었다며 정당한 평가를 요구했다. 진훤왕의 전주선언, 정개 연호 반포, 여민정개 정신, 미륵사 개탑, 삼한통일의 의지 등을 적극적으로 표준어진 제작에 반영하기를 바란다.
  진훤왕의 어진은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해 다문화적 접근법으로 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 2006년 한 설문조사 결과 한민족이 단일민족이라고 믿는 사람은 65.2%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에겐북방계 60%와 남방계 40%의 여러 민족 유전자가 섞여 있다고 말한다. 2001년 5월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정주 교수와 홍성수 박사, 일본 유전학연구소 사토시 호라이 박사는 서울 제주에 사는 한국인 213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분석한 결과 14.5%는 남태평양 토착민에게 나타나는 유전형질을 지니고 있다는 논문을 대한생물학회지에 발표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는 북방계, 정동영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은 남방계, 그리고 배우 장동건은 위구르계로 분류되어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진훤왕의 영정은 부여백제계 진씨 성의 계승자로서 북방계 영웅으로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진훤왕은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것처럼 폭군이 아니라 백제정신을 계승하고 민생을 구제하려던 미륵신앙의 실천자이다. 그 자신이 미륵불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직접적으로 진훤왕의 풍모를 묘사한 글도 있어서 작가적 영감을 살려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동건과 닮은 미륵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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