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언제부턴가 우리 국민에게 생소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보도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을 뜻한다. 1920년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이병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하기 때문에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질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실정으로, 정부도 양돈산업 붕괴와 국민 안전먹거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전국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될 경우 약 2조 3천억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돼지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9년 9월 처음 발병되었고, 현재까지 총 22건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경기 9개소, 강원 8개소, 인천 5개소 등으로 국토 북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 북부지역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국적으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남하의 주요 매개체로 꼽히는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사례는 현재 2,600건 넘게 보고되면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에서도 전국의 방역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방역당국은 ‘집중관리지역’, ‘기존발생지역’, ‘사전예방지역’ 3단계로 구분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리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또 양돈농가 방역시설 강화와 이를 뒷받침할 예산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환경부와 협업해 올해 전국 야생멧돼지 서식 밀도를 0.7마리/㎢ 이하로 낮추기 위한 상시 포획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북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남하 속도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전북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경북 상주에서 올해 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야생멧돼지로 인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속도 증가로 올해 하반기에는 전북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도는 전국의 약 12%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북도는 한돈협회 및 14개 시군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야생멧돼지와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양돈농가 방역시설 강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중이다. 지난해까지 모든 양돈농가에 외부울타리 설치를 완료했고, 백두대간에 속해있는 무주, 진안, 장수지역의 고위험지역 농가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7대 방역시설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7대 방역시설은 외부울타리, 내부울타리, 방역실, 전실, 입출하대, 물품보관시설 및 방조방충망으로 강화된 기준에 따른 방역시설을 말한다. 여기에 ASF 발생 이력이 있거나 발생 인접 지역 40개 시군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돼지와 사료 등의 반입·반출을 금지해 도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는 강화된 방역시설 설치 지원을 위해 양돈농가 자금지원을 21년 26억 원에서 올해 137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최근 강원도 홍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 됨에 따라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도 및 14개 시군에서는 민간전문가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방역시설 설치상황 공유와 농가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군별로 거점 소독시설 운영 등으로 양돈농장을 출입하는 축산차량을 관리중이다.
가축전염병 방역은 농가와 산업, 그리고 행정이 하나가 되어야 완성된다. 날로 강화되는 차단방역으로 양돈 현장과 농가의 애로사항도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 전북을 위해 지금의 어려움에 지혜를 모아,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전라북도 양돈산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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