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8기 지자체선거가 있었다. 너무 여러 분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한 선거에서 몰아서 투표하다보니 누구를 어째서 뽑아야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찍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그 출마자들도 우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겠지만 유권자도 그동안 선거가 있기 전에는 겨우 이름이나 들어봤을까 하는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명함을 내밀며 자신이 이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유권자가 어떤 입장인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지방 살림을 맡겨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선거를 했다.
 지방에서 선거를 치르다보니 그때마다 보고 느끼는 풍경이 있다. 대선도 그랬지만 출마자들이 너무 많다. 도시의 문명한 시민들이야 아무리 출마자가 많아도 속속들이 알아서 이름을 읽어가며 선택해 투표할 수 있다. 귀촌해서 6년째 사는데 시골노인들 중에 자기 이름 외에는 문맹한 분들이 상당했다. 이 믿고 싶지 않는 일이 지금도 시골 농촌에 그것도 70대에 들어선 노인들 중에는 자기 이름 쓰는 것도 힘들어하는 분이 70~80% 되었다. 그러다보니 선거 때면 희극같은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장수는 지방선거 때 모 당의 후보자를 뽑기 위한 투표부터 고발사태를 겪었다. 권리당원들의 모바일 투표가 문제였다. 시골의 권리당원들 중 여론조사기관의 설명을 듣고 투표를 마음대로 할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발단이었다. 장수 지방의 인구는 80% 이상이 65세이상 노인들이다. 그리고 6~70%가 여자노인들이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여론조사다, 무슨 투표다 하는 전화가 오면 대부분 포기를 한다. 그런데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정당이 군수 후보자, 도지사 후보자, 군의원 후보자를 뽑는 투표는 어떻게든 투표를 해줘야 하는 선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방의 정당 당원이란 자발적 입당자가 아니라 출마를 꿈꾸는 예비후보자가 자기를 위해 친인척을 비롯해 뗄수 없이 가까운 사람들을 동원해 가입한 인원이다. 이 때문에 친구나 내 친척 아무개를 투표해줘야 하는 것이 권리당원의 절대적 사명이다. 이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당신이 나 좀 도와 투표해달라고 친척 누구에게 휴대폰을 맡기고 의뢰하게 된다. 내 주변에서도 할머니들이 아들에게 휴대폰을 주고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상당히 많다면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세월이 많이 지나 제대로 배운 사람들만 사는 세월이 오면 그때는 가능하겠지만 지금 시골을 생각할 때 모바일 투표는 범죄를 생산하는 일밖에 안 돼보였다.
 그리 지방 정서라는 것이 너무 하나에 매몰돼 있어 선거가 재미없었다. 선거에서 우리 지방일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당의 출마자에게 무조건 투표했다. 여러 정당에서 많은 사람이 출마했고, 잘 나고 똑똑한 일꾼이 분명한데도 다른 당 후보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못났든 잘났든 어느 정당 후보로 처음부터 결정돼 있었다. 심지어는 투표를 해 놓고도 그 사람도 이름도 모르고 몇 번에 찍었다는 것만 아는 식이다. 
 그 노인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누가 되면 어때! 다 똑같지, 되기 전에야 내 얘기 다 들어줄 것같이 사정하며 쫓아다녔지만 선거 끝났으니 이제 4년 후에나 보는 거지.”
 며칠 안 있으면 이번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취임한다. 이제 선출이 되었으니 선거기간중 약속했던 공약을 지킬 차례가 됐다. 내가 얻을 것 얻었으니 이제 볼일 없다고 등 돌리고 귀 닫고 나하고 싶은 정치만을 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좋은 정치는 귀로 하는 것이다. 군민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면 군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   
 제임스 버릴 엔젤은 1871년부터 1909년까지 38년간 미국 미시간 대학의 총장을 지낸 분이다. 보통 대학의 총장 자리는 상황에 따라 민감한 자리이며, 압력 또한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유임하는 것이 매우 힘든 자리이다. 그러나 엔젤은 직원들과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잘 조율시켰고, 모두를 만족시키며 학교를 운영했다.
그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을 때 기자들이 ”명예롭지만 그만큼 지키기가 어려운 자리인데 오랫동안 유임을 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고 물었다.
 그러자 엔젤총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팔보다 안테나를 더 높이 세웠던 것이 비결입니다.”고 대답했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나팔처럼 계속 떠드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것이 비결이라는 뜻이다. 지금 어떻게 당선 되었든 군민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귀로 정치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주문하고 싶다. 지금보다 앞으로 4년 후 훌륭한 우리 지도자로 우리가 볼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이남진-소설가, 음악평론가,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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