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챙겨줄 사람 뽑는다지만…공약이 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시민이 아닌가봐요”.

20여년 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황모(60대)씨는 이번 지방선거가 부쩍 다가왔어도 자신이 투표할 선거구에 어떤 기초의원 후보가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아서다. 점자 선거공보 제작이 의무인 시장이나 도지사, 교육감 후보 등으로부터는 점자 자료 등이 배송돼왔지만, 이런 의무가 없는 기초의원들은 이런 자료를 거의 보내주지 않는다는 것이 황 씨의 설명이다.

황 씨는 “아무래도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각장애인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한 편”이라며 “지방선거의 경우 지역 주민들을 대표해줄 사람을 뽑는 일이라고 하지만 누가 나왔는지 알아야 투표할 수 있을 게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들도 국민이고 동일하게 정보를 들을 권리가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아직 장애인들은 알 권리에서 소외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 공보물·음성지원바코드 제출이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도의원 등 후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 탓에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어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6일 전북선관위에 따르면 전북지역 도의원 후보 31명 중 점자 공보물을 제출한 사례는 3명(9.67%)에 불과했다. 시·군의원 선거의 경우 후보자 255명 가운데 8명(3.13%),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6개 정당 중 2곳만이 점자 공보물을 제출했다.

전북지역에는 현재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2492명 있다. 지역별로는 전주가 616명, 군산이 235명, 익산 423명, 정읍 202명, 남원 144명, 김제 168명, 완주 168명, 진안 51명, 무주 47명, 장수 24명, 임실 40명, 순창 44명, 고창 102명, 부안 133명 등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후보들에게만 점자 공보물 제작이 의무화돼있다.

시각장애인 박모(40대·전주시)씨는 “많은 후보들이 여전히 기본적인 알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시각장애인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네 표 하나 없어도 돼’ 하고 외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시민들을 대표하려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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