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90-금파아트센터, 한국무용 세계화 교두보

한국무용은 한국의 가장 원초적인 정신과 몸짓을 간직하고 있다. 원초적인 정신이라 함은 절대자인 신으로의 귀의와 그로 인한 영성의 추구, 신과 같이 닮으려는 신성의 도야, 그리고 이 세상을 구원해달라는 염원 등을 내포한다. 원초적인 몸짓이라 함은 절대자인 신에게 다가서려는 피조물로서 인간의 순수한 사랑을 바치려는 마음을 표현하는 동작이다. 사뿐히 땅을 지르밟으며 사악한 기운을 누르거나 하늘을 향해 손끝을 내뻗으며 더욱 더 신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듯하다. 예술의 고향 전주에서 한국무용을 세계 수준으로 더 높이려는 시도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파춤보존회(이사장 김애미)가 이 같은 한국무용의 맥을 원형 그대로 이으려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금파춤보존회는 한량무 문화재로 한국무용을 부활시킨 금파선생의 맥을 계승 발전시킬 목적으로 17년 전 창립됐다. 금파선생은 한량무를 비롯해 우리 무용의 전체를 아우르는 작업에 평생을 바쳤다. 금파선생이 1998년 작고하자 예술의 동반자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김숙 선생이 금파춤보존회를 창립했다. 김숙 선생마저 6년 전 돌아가시자 따님인 김애미 이사장이 그 맥을 이어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금파춤보존회는 코로나방역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4월 30일 전주고속터미널 앞 빌딩에 금파아트센터를 개관했다. 소규모 공연장과 연습실 등을 갖추고 한국무용의 저변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금파아트센터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춤을 보고 춤을 배우고 춤을 추고 춤을 즐기는 장을 지향하려고 한다. 또 한국무용의 전통을 잇고 춤을 만들고 춤을 공연하며 춤으로 대화하는 놀이터, 쉼터로서 역할도 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분기별로 관객과 소통하는 소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다.

금파아트센터는 개관을 기념해 살풀이춤과 한량무 등을 무대에 올렸다. 첫 작품으로 김애미 이사장이 징과 장구, 구음에 맞춰 살풀이춤을 추었다. 이 춤은 금파 선생과 김숙 선생의 대표작으로 금파 선생의 스승인 정자선, 정형인 선생의 살풀이춤을 재정립한 호적구음 살풀이춤이다. 살풀이춤은 이름 그대로 죽은 이들의 넋을 달래고, 산 자들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사뿐히 지르밟는 걸음으로 액귀를 땅 속으로 묻어두며, 하늘 끝까지 내뻗는 손동작으로 미래의 한없는 번영을 갈구한다. 우리 한국인 모두의 정념과 염원을 담아 신에게 보내는 정성일 것이다.

개관 기념공연에서는 또 금파류 한국무용 입문서인 입춤을 비롯해 궁중정재의 대가 김천흥 선생이 만든 궁중정재기본무, 순조 때 효명세자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춘앵무, 한영숙류의 태평무, 그리고 전북 무형문화재 제44호 김무철류의 한량무가 무대에 올려졌다. 금파아트센터는 관객들이 모두 무대에 서서 다 같이 라인댄스 율동을 배우는 기회도 제공했다. 현대무용가인 유정희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필자는 전북과미래연구소 한봉수 소장 등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댄스 동작을 따라했다. 어려워도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듯해서 계속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파춤보존회는 한국 사상과 종교, 문화예술을 무용차원에서 보존하고 전 세계에 널리 알리려고 한다. 2017년 한국문화의 전당에서 공연한 ‘백제아리랑’에서는 고대왕국의 창시자인 소서노의 웅혼한 꿈과 백제인의 애환을 큰 스케일로 표현했다. 이 공연에서는 또 최승희류의 한국무용을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김애미 이사장이 최승희 선생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천년비상, 춤의 방주 전북’에서는 풍요의 땅 은파 물빛 길, 대륙의 꿈 벽골제에서 움트다, 동북아시아의 심장, 전라도 등을 에피소드로 무대에 올렸다.

금파춤보존회는 금파아트센터개관을 계기로 한국무용의 세계화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보존회가 한국무용을 통해 지켜오고 추구하고자 하는 한국의 영성은 전 세계인의 영성과 통한다. 예술적 표현에서도 전 세계인을 감동시킬 스킬과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세계무대로 끌어가는 기획과 재정적 지원이 관건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 전라북도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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