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시인의 시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학적이거나 감상적인 ‘글’만이 아닌 ‘말’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있다. 

조기호 시인의 스물다섯 번째 시집 ‘너였을거나(인간과 문학사)’에도 시인이 살아온 인생의 희로애락이 이야기처럼 줄줄이 엮어져있다. 

전북 대표 원로시인인 조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스물네 번째 시집 ‘나이테의 무게’에서는 늙어 뼈 앓는 넋두리만 늘어놨다고 통사리를 많이 먹었다”며 “이번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밝은 색깔을 칠해 보려 마음을 썼다”고 밝혔다. 

장시보다는 짧은 시를 선택했고, 시조에도 도전했다. 

“황 시인 늙으면 전주에 와 살어/전주는 시인을 사랑하는 곳이야./전주사람들은 모두 시인의 마음을/가지고 있거든”/황금찬 시인의 수필에 적힌/신석정 시인의 말씀이시다/이토록 전주를 사랑한 시인 석정/진정 마음으로 사랑한 전주에/반듯한 기념관이나/문학관 하나 없다/사시던 ‘비사벌초사’마저/제대로 보존 못 하고 흔들렸으니/전주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전주에 와서 살아’ 전문)”

“시인은 먼 곳을 바라보며 휘적휘적 걷는 모습과/거짓말을 물 쥐어 마시듯 쓰는 사람이며/사람들의 꿈을 읽어주는 전도사이기도 하고(…중략…)/할아버지 직업을 적으라기에 시인이라 썼더니/시인 직업이 뭐하는 거냐고 묻는/초등학교 어린 손자에게 일러 주었다//(‘시인이란 직업’ 중에서)”

시인의 신간 ‘너였을거나’는 스물네 번째 시집이 발표된 뒤 1년 만에 나온 시집이다. 시편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예리함과 유머러스함은 독자들에게 ‘시’ 문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드문드문 비속어를 쓰기도, 말장난처럼 보이는 구절들도 있지만,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시한 시편들이 아니다. 시인이 살아온 인생만큼의 내공과 경험이 묻어나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시인의 시 ‘전주에 와서 살아’의 마지막 행에 “전주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의 여운은 무겁다. 무엇보다 생의 기쁨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는 시인의 의지와 과거에 대한 향수, 단순히 향수에만 머물지 않고 살아가는 환희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조기호 시인은 지난해 발표한 스물네 번째 시집 ‘나이테의 무게’를 비롯해 ‘저 꽃잎에 부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가을 중모리’, ‘하지 무렵’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한국문학 백년상, 후광문학상, 목정문화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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