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훈, 설국의 노래

교동미술관은 2022년 첫 기획초대전으로 소훈 초대전 '감정의 미학'을 진행한다. 

23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초대전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추상회화의 바람 속에서도 오롯이 구상회화에만 몰두하며 탄생된 소훈 화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백지홍 미술세계 편집장은 소훈 화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묶어줄 한 단어가 바로 '구상회화'라고 설명한다. 

긴 화업 동안 여러 변화가 찾아왔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그가 구상회화를 떠난 적이 한차례도 없었고, 그에게 회화란 이론이나 사고 실험의 도구가 아닌 삶에서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실천이라고 했다. 

백지홍 편집장은 "현대미술의 수많은 실험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라며 "그의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누군가 따라 하고자 해도 따라할 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단단함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구도, 터치, 색상 등 그림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들은 부족하거나 모난 데 없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며 "자신에게 감동을 준 대상을 가장 적합한 재료를 사용해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40년간 이어왔다. '예술은 그저 삶일 뿐'이라는 작가의 말은 작업과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인다. 

전주를 무대로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훈 화가는 유화를 비롯해 수채화, 아크릴화, 파스텔화 등 모든 매체를 두루 사용한다.

풍경, 인물, 정물, 크로키 등 모든 회화 장르에 걸쳐 완숙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게 된 것은 '전통 화가'라면 모름지기 재료와 기법을 막론하고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근대화단의 오랜 관념에서 비롯됐다. 

화가는 사시사철 변해가는 자연의 다양한 양태들을 그저 담담하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자연을 대상으로 할 뿐 우리가 살아가는 번잡한 도시의 모습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가 인위성으로 가득 찬 도시의 모습보다는 순수한 자연의 숨결 속에서 자신의 내면적 성찰을 투영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라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의 풍경화에서는 어떤 초월적 존재의 흔적도, 작가적 조형의식을 투영해 대상을 단순화시키거나 기하학적으로 추상하지도 않는다. 

그가 그려낸 풍경들은 자연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하고, 그리하여 화면에 등장하는 물상들은 고즈넉하며 단순 명료하기조차 하다. 

소훈 화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기쁘면 기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쓸쓸하면 쓸쓸한대로 내 표정이 캔버스에 각인됨을 이제서야 절절히 느끼게 됐다"며 "내가 그린 그림들은 모든것이 자화상이었다"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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