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일의 총아는 딸기다. 과거엔 겨울 과일하면 귤을 꼽았지만 지금은 딸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원래 딸기는 봄철에 수확하는 게 통례였다. 하지만 신품종 개발로 출하시기가 1-2월로 당겨졌다. 겨울이 제철인 과일로 변한 셈이다.

딸기는 맛은 물론 영양 및 건강 관리 측면에서도 더 할 수 없이 좋은 식품이다. 칼로리는 아주 낮고 당도는 높다. 단맛과 신맛 그리고 상쾌한 향이 어우러져 미각을 즐겁게 한다. 아삭한 식감도 그만이다. 또 비타민 C를 비롯해 유기산과 메탈살리실산 등 몸에 좋은 영양소들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윤기가 도는 붉은 빛깔은 식욕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우리가 먹는 딸기는 19세기 말 서양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것이다. 양딸기다. 물론 그 이전에 뱀딸기 등 야생 딸기가 있었으나 먹을 수 없거나 맛이 형편없어 식용으로 부적합했다. 양딸기는 1920년대 우리나라로 전해졌다.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것은 1943년으로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작된 딸기 농사는 해방 이후에도 ‘독립’을 하지 못하고 ‘일제 치하’에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딸기 종자가 모두 일본품종이었기 때문이다. 육보, 장희 등 일본 품종이 딸기 종자시장을 점령했고 오랜 기간 비싼 로열티를 물어가며 그 종자를 심어야 했던 것이다.

극적인 반전은 2005년에 이뤄졌다. 논산 딸기시험장에서 겨울철 하우스 재배용으로 개발된 ‘설향’이 그 주인공이다. 설향은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켜 단숨에 9%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설향은 대표적인 겨울딸기로 짧은 기간 내에 겨울 과일의 제왕자리에 올랐다. 이전에 딸기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종자들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어 한 자릿수 지키는 것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이 96.3%까지 올랐다고 한다. 역대 최고치다. 점유율 1위는 역시 논산의 설향이고 이어 금실과 죽향, 매향 등 국산 종자들이 뒤를 잇고 있다. 생산액도 급증해 2005년 6457억여 원이던 것이 지난해 1조2천22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수출액은 2020년 기준 5374만여 달러로 15년 사이 12배 증가했다.

종자 주권의 중요성을 웅변으로 말하는 게 바로 딸기 사례라고 하겠다. 지금 지구촌은 종자 전쟁 중이다. 세계의 식량난이 심화 되는 가운데 몇몇 다국적기업들이 종자 시장을 좌지우지 하면서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양상이다. 한국의 종자 시장 국산화율은 60% 정도라고 한다. 딸기 종자의 성공사례를 거울삼아 종자 전쟁에서 최후 승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