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뒤 편에 수록된 ‘작품해설’은 중요하다.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시’에 대한 분석적인 정보가 게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읽으면서 들었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고, 불분명했던 방향의 길라잡이 역할이 되기도 한다. 김대곤 시집 ‘파고(波高)의 정수리(인간과문학사)’에서의 작품해설은 시의 가치를 높여주는데 탁월한 기능을 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철학적인 해석은 시인이 그려낸 유려하고 심원한 문학의 원리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물론, 이런 해석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대곤 시인이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을 통해 삶의 여러 속성을 탐구해가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여러 체험을 종과 횡으로 엮으면서 그 안에 다양한 전언과 방법과 음성을 진하게 녹여 낸다.  

“‘아들 김성훈/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지금 어디에 있니/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나흘간 써 붙인 노란 메모지 100여장/길 가던 시민들 멈추고 메모 읽거나 사진 찍었다//”엄마 아빠 미안해/열심히 살아볼라 그랬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난 그냥 ‘까미’옆에 갈게“/까미는 가족이 15년간 키우다 죽은 강아지 이름//집 떠난 지 한 달 만에 실종된 해남 청년/페이스북 개인회생 관련 페이지에 남긴 댓글/‘현재 은행권 4곳 총 4700만원 빚이 있어 너무 힘들어요’/그는 실종 1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객지로 떠나간 아들/먼 인천 회사 무슨 라인에서 일한다는데/혼기 찬 막내아들에게 처음 멋쩍게 안부 전화 건다/‘언제 집에 한 번 안 오니?’/노란 메모지에 날짜 써 벽에 붙여본다/‘아들 종환이/귀가일: 다음달 4월 첫 주말’//(‘노란 메모지’ 중에서)”

유성호 평론가는 김대곤 시집 ‘파고의 정수리’에 대해 “삶의 개별성과 보편성을 하나로 관통하고 있다”고 한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내면의 밀실에서 공책과 서적에 담긴 삶의 은유와 긴장과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대곤 시인의 개성은 삶에 대한 궁극적 긍정의 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폐허가 되어버린 세계에 대한 상징적 역상으로 마련된 미학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실해 온 어떤 궁긍적 가치들을 순간적으로 탈환하는 서정적 예술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전북 남원 출신의 김대곤 시인은 1994년 ‘청년의사’와 199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내과학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하기도 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정년 했고, 현재는 임실보건의료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외 7편을 출간했다. 2020년 전북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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