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다. 근대 100여 년 간 정착된 가족제도는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다. 이를 핵가족이라 부른다. 물론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기본은 핵가족이다. 그래서 흔히 4인 가족 즉 부부와 자녀 둘이 그동안 우리 사회 가족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이었다. 근대 이전의 대가족제도는 3대 혹은 4대가 함께 사는 경우도 흔했지만 지금 그런 가족 형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지금의 가족 형태는 우리 생각만큼 일반적이지 않다. 인류학 등 학문적 연구에 의하면 인류 등장 이후 대부분 시간 동안 특정한 모델로서의 가족 형태가 없었다. 일부다처제는 물론이고 다부일처제도 없지 않았고 다부다처제 역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슬람 문화권은 일부다처제를 고수한다. 이런 문화를 비정상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의 일부일처제가 자리 잡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학자들은 1920년대에 와서야 자유의사에 기반한 일부일처제라는 근대적 가족제도가 정립된 것으로 본다. 법률로 일부일처제를 규정한 것은 1960년대 말이다. 우리나라의 전근대 가족제도는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제도였는데 이때 가장은 합법적으로 몇 명이든 첩을 둘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가족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앞서 핵가족 형태를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는데 이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핵가족마저 해체되는 추세다. 그 흐름을 반영한 것이 1990년대 가족법 개정과 2005년 호주제 폐지다.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고 가족에서 가부장이라는 지위는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가족제도 붕괴의 가장 극적인 예는 1인 가구의 폭증이다. 통계청이 얼마 전 발표한 ‘2020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의하면 1인 가구는 664만3천가구로 전체 가구 중 31.7%를 차지했다. 2015년에 비해 27.5%나 늘어난 숫자다. 또 1인 가구의 절반은 미혼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붕괴를 놓고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사회 변화에 따른 적응현상이라는 견해와 해체의 본격화라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너무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명을 낳아 기르고 도덕의 출발점이 되는 가족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금으로서는 점치기 어렵다. 인간다운 삶과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가족 붕괴를 늦추고 충분한 적응 시간을 갖는데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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