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이처럼 대량으로 생산되는 한편 그 과정이 우리에게서 격리돼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동물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폭력적이자 덜 폭력적이게 됐다. 더많은 동물을 죽일 수 있게된 동시에 그들을 죽인다는 사실에 대해 둔감해졌고 편안해졌다는 뜻이다.”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가 그의 저서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의 한 구절이다. 멜라니 조이는 ‘육식주의(Carnism)’이라는 명칭을 만든 이다. 현대는 공장식 축산의 시대다. 마치 기계로 물건을 찍어내듯 가축을 대량으로 사육하고 도축하는 방식이다. 위 언급은 무절제하고 죄책감 없는 육식에 대한 반성이다.

육식주의에 반대편에는 비거니즘이 있다. 채식주의라고 번역하는데 세계채식연맹은 이를 ‘육지 동물은 물론 바다나 강에 사는 물고기도 먹지 않는 사람들. 단 우유나 달걀은 취향대로 섭취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정의한다. 세분하면 꽤 복잡해진다. 극단적 채식주의인 프루테리언에서부터 비건, 오보 베지테리언, 락토 베지케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페스코 베지테리언, 폴로 베지테리언 그리고 채식 위주이긴 하나 때에 따라 육류나 어패류를 먹는 준채식주의인 플렉시테리언 등 8단계가 있다.

채식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심장병이나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몸에 좋다. 또 채식은 가축 사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동물복지에 기여하며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단점은 육식을 금하면 오메가3나 DHA, 비타민 B12 등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육식에 대한 논의는 백가쟁명이다. 찬성 반대가 팽팽하다. 그 와중에서 요즘 채식주의가 세를 불려가고 있다.

유통업계가 비건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는 소식이다. 친환경 가치 소비,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기업들이 비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농심은 비건 전문 식당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내년 개점하기로 하고 20여개 메뉴를 개발 했다. 대형마트들은 정육 판매대에 대체육을 진열하고 있고 편의점들도 채식 삼각김밥과 비건 안주 등을 출시해 호응을 얻는 중이다.

국내 비건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올해엔 2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비건 시장도 성장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육식은 정상이고 자연스러우며 필요하다는 인식은 대세가 아니다. 운동가들은 물론 MZ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거니즘이 확산되는 추세다. 보통 시민들도 ‘고기 없는 월요일’과 같은 캠페인에 한 번쯤은 동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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