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전주 한옥마을 일원에서 아이들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를 하며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성탄절 전까지 찾아오는 ‘딸랑딸랑’ 종소리와 모금 소식이 있다. 빨간 자선냄비와 함께 찾아오는 구세군이다.

구세군 거리모금이 끝나는 마지막 날인 24일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24일 찾은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 오전 11시가 되자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낯익은 빨간 냄비가 설치됐다.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선냄비 앞을 무심히 지나쳤지만, 나눔의 손길은 드물게나마 꾸준히 이어졌다.

친구들과 걸어가던 한 학생은 주머니 속 동전을 한 움큼 자선냄비에 넣고 갔다. 전동스쿠터를 타고 인근을 급히 지나던 한 어르신도 ‘딸랑딸랑’ 종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온기를 더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들은 1000원이나 2000원 등 부모님이 건네주신 지폐를 들고 와 고사리 손으로 집어넣기도 했다.

‘이게 뭐야?’하고 묻는 앳된 목소리에 부모님은 ‘좋은 일 하는 거’라며 아이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자녀와 함께 한옥마을 거리를 찾은 A씨(30대·대구)는 “여행 도중 전주를 경유해가다 들린 것인데, 아이들에게 좋은 배움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어려우신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구세군 냄비에 담기는 작은 금액들은 고액이 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십시일반 모이는 일 자체가 구세군이 지향하는 바라는 것이 구세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주 동부지역 내 자선냄비를 담당하는 황형관 사관은 “사정이 어려우신 분들이 기부하시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며 “얼마 전에도 세이브존 앞에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데,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이 와 선뜻 냄비에 5만원을 넣어주시면서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고 가셨다”고 귀띔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등 나눔 분위기가 위축되고 현금 사용량도 줄면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통한 모금 역시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은 약 500여만원 수준으로, 예년의 70% 수준에 머물렀다고 황 사관은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12월 거리모금 자체가 어려웠고, 올해 역시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경기가 얼어붙으며 구세군을 통한 나눔 역시 다소 감소했다는 것이다.

황 사관은 “올해는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내년에는 자원봉사도 늘고, 또 그에 따라 많은 자선냄비를 설치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이렇게 모인 모금액들로 소외계층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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