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은 좀 독특한 금속이다.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것이 우선 특이하다. 보통 섭씨 30도 부근에서 액체 상태가 되는데 그런 금속은 세슘 등 네 개에 불과하다. 무겁고 은색을 띠는 수은은 쉽게 늘어나고 쉽게 펴지는 성질이 있다. 또 팽창률이 크며 온도가 변해도 그 팽창률이 거의 일정하다.

수은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유용한 금속이었다. 주요 용도는 온도계나 기압계에 수은이 쓰이는 것이다. 또 연금술사들이 수은을 주목한 것은 여기서 금을 추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물론 그 양이 너무 적어서 쓸모는 없다는 게 밝혀졌다. 지금으로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한때 약이나 화장품으로 쓰이기도 했다. 치과 치료할 때 쓰이는 아말감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며 금과 은 채광 때도 수은은 유용하다. 농약의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이런 특성보다도 인류와 수천 년을 함께 한 금속이라는 점에서 수은의 이야기는 더 다채롭게 전개된다. 인류가 수은을 쓰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3천500년 전부터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연고와 화장품으로 사용됐고 이집트에서는 눈 화장에 이를 썼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불로장생 약으로 수은을 애용했다고 전한다. 그는 나중에 수은 중독으로 몸이 망가지는 비참한 지경을 맞았다.

이렇게 수은은 사람들에게 선과 악의 두 얼굴을 갖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오늘날 수은은 그 유해성이 알려져 접촉 금지 금속으로 낙인찍혔다. 수은 중독의 참상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게 일본에서 벌어진 ‘미나마타병’이다. 1950년대 미나마타시에서 수천 명이 수은이 들어간 어패류를 먹고 장기 손상, 사지마비, 정신장애 등의 심각한 증상을 보인 것이다.

수은을 애용한 중국 진시황의 무덤인 진시황릉에는 수은 강이 흐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순히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부 사실로 밝혀진 내용이다. 그런데 그 수은 강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제시돼 화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지하연구시설 연구진은 뮤온 단층활영을 통해 진시황릉을 훼손시키지 않고 내부 시설을 정밀하게 살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 70만 평에 달하는 진시황릉 대부분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진시황릉 수은의 강은 인류가 이 금속에 얼마나 경도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인체와 환경의 유해성을 알지 못한 무지의 소산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움과 부,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아주 매력적 금속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이런 어리석음을 한 방에 날려버린 과학의 힘에 새삼 경외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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