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호 전주시 덕진구청장

시간은 덧없이 흐른다. 때론 속절없이 느리게, 때론 쏜살같이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변함없이 흐른다. 불과 엊그제 시작된 것처럼 느껴지는 2021년도 이제는 불과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지나온 한 해를 반성과 성찰로 되돌아보고 희망의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연시지만, 불행스럽게도 올 한해 시민들의 일상을 줄곧 위협해온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있다. 오히려 잠잠해지나 싶던 국내 코로나19는 델타와 오미크론 등 다양한 변이를 거치고, 12월 들어 뚝 떨어진 기온과 맞물려면서 다시 들불처럼 일어난 모양새다. 전주지역에서도 최근 코로나19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가족·지인간 전파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고치의 신규 확진자가 연일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미 전주지역 누적 확진자도 31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난 2019년 처음 보고된 감염병으로, 우리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계속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는 여전히 끝날 기미가 없다. 우리는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새해에도 코로나19와 계속 싸우며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보건의료·행정시스템도 역학조사와 자가격리자 관리, 재택치료 모니터링 등으로 포화상태에 다다를 지경이다. 우리가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방역의식과 동참 뿐이다.

성탄절과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도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고, 지인과 만나 정을 나누던 예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다. 모처럼 친구, 동료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지나온 이야기들로 치열하게 지내온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지만 올해도 잠시 멈춰야 한다. 그것이 바로 코로나19로부터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몰랐지만 행복을 느꼈던 지난날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인내가 필요하다.

바이러스의 위협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은 우리 개개인의 방심이 모이고 모여 눈덩이처럼 커진다.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연말연시, 우리는 일상의 봄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한 번 더 인내해야 한다. 모두가 실천할 수 있지만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무심코 어기는 행동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더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 연말모임 자제, 백신접종, 의심증상시 신속한 검사 등은 이제는 모두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할 사회적 약속이 됐다.

나는 새해에도 큰 불편을 감수하면서 방역에 적극 협조해온 우리 이웃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누구보다 슬기롭게 대처해온 전주시민들의 저력을 믿는다. 슬기로운 전주시민들의 정신을 말이다. 시민들의 힘이 모이면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와 학생들이 재택수업 대신 학교에서 선생님과 만나 웃으며 수업을 받으며 꿈을 꿀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늦은 밤 우리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요깃거리와 추억을 파는 소상공인들의 생계 걱정도 줄어들 수 있다. 연말연시, 우리는 다시 일상의 봄을 되찾기 위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맘껏 숨쉬며 거리를 거닐던 날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나 방역패스 등에 관계없이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던 평범했던 날들 말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