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학계를 대표하는 명사들을 대거 초청, 전북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그려 화제를 모았던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 특강의 기획자 김현미 전북대 초빙교수를 만났다. 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문샷씽킹’을 기획하게 된 배경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10배의 혁신’을 고민하는 강연 메시지가 전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의견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보았다.

-문샷싱킹을 계획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강연을 준비하며 전북의 여러 지표를 살펴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1966년 인구 25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 전국의 8.6%였는데, 2020년은 현재 180만 명 선으로 3.5%에 불과합니다. 인구만이 아니라 지역내총생산, 재정자립도, 경쟁력지수 모두 사정은 같습니다. 그래서 점진적인 방법으로 10%의 향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10배의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의 주제의식이자 이를 관통하는 단어로 선택한 것이 바로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입니다.

-문샷싱킹 참여 강사들이 다양하다. 특히 기업 회장, 교수, 대사관 농무관 등 다양하다. 도내에서 듣기 어려운 강사들의 초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해 주십시오.
먼저 전라북도에 도움이 될 만한 강연주제를 추리고 그 방면의 최고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강연 의도를 설명 드리니 의외로 한 분도 빠짐없이 흔쾌히 모든 분들이 강연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사실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강연료를 받는 분들이 대다수이고 평일 저녁, 지방에서 강연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오랜 정치활동을 통해 다진 인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사들이 전북에게 건네고 싶었던 주된 내용을 간추려 주십시오.
‘세상은 변했다, 그간 유용했던 수단을 버리고 이제 새로운 무기로 정비해서 새시대에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은 현재, 수혜의 대상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수도권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놓고 당당히 경쟁할 자격을 갖출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있습니다. 때마침 도래한 에너지 전환시대에 전북은 타지역보다 먼저 새만금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의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전북의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가능성 여부에 전북의 마지막 기회가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이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두산그룹의 박용만 전 회장은 강연에서 “기업의 투자는 의지가 아니라 기회의 산물”이라고 했습니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는 말입니다. 강연자로 오신 모든 재계 인사들이 인재와 중소기업과 같은 협력 가능한 산업생태계가 기업투자의 1, 2순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결국 ‘사람과 생태계’가 관건입니다. 소프트웨어 인재와 수소·탄소 등 신산업 인재, 농업바이오 인재를 키워 청년들이 일을 찾고 기업이 전북의 청년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통폐합해 집중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2021년 현재 서울대는 1인당 교육비가 4,860만원이지만 국공립대 평균이 1,212만원에 머문다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매우 훌륭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점’으로 남아있는 기업들을 앵커기업으로 키워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새만금을 거점으로 생산-저장-유통-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정부-기업-연구의 골든트라이앵글을 통해 내실을 다져 규모를 키운다면 전북은 미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방정부 살생부’의 저자인 마강래 교수의 강의는 메가시티에서 소외되고 있는 전북의 발전 한계를 보여주며 강한 메시지를 던졌는데, 메가시티를 향한 전북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저는 메가시티 논의에 전북의 생존이 걸려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청, 대전 혹은 전남, 광주 중 위로 붙느냐, 아래로 붙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어느 지역도 반드시 전북과 함께 메가시티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전북 스스로가 자생력과 구심력을 갖추는 자기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전북은 상생은커녕 흡수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북이 에너지 전환시대에 주도권을 잡는다면 메가시티 논의는 전혀 다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전북의 선택에 다른 지자체의 생존이 걸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상생의 메가시티 논의는 비로소 제 의미를 찾으며 본궤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버티고 있는 전북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혜안이 담겨있다고 보며, 실천이 필요할 텐데 도민과 지자체가 가져야 할 것들은 설명해 주십시오.
시선이 내부로만 향해있으면 역량도, 자신의 경쟁력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의미는 외부 전문가의 과감한 영입을 통해 우리 역량을 재진단하고 키워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강의를 통해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전문가들에게 전북의 오늘을 진단해 보자는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전북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전북은 생존을 넘어 지방이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대전환기라는 둘도 없는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것은 전적으로 전북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혜안과 노력으로 만든 가능성의 ‘점’을 ‘선’으로, ‘면’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해 주세요.
이미 세계 산업계는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산업경쟁력 격차를 벌려 글로벌 주도권을 쥐려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이 세계적 주도권 전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도국가로 급부상하며 오랜 세월 답보상태에 있던 새만금을 그린에너지의 거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에너지 정책이 동력을 잃는다면 전북의 동력도 사라집니다. 막연히 더 많은 수혜를 받기 위한 투표가 아니라 전북이 에너지전환 시대에 주도권을 갖기 위한 투표라는 점에서, 정권재창출에 더 많은 힘을 보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강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고향 전북에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정권재창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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