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트랜스젠더 관련 법을 별도로 만든다고 하면 저항이 클까봐 이성적인 인권법처럼 포장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개인의 윤리관이 존중돼야 하는데 성적지향(동성애), 성별 정체성(트랜스젠더)을 차별금지법 조항에 넣어서 이런 것들을 정상적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한 법 같다”(40대 직장인 A씨·전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정기국회에서 본격화되자, 이를 반대하는 여론은 학력·지역·장애 유무 등 ‘포괄적’ 차별을 다루는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 이슈만 떼어내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가정을 파괴하고, 교육(자녀)을 파괴하고, 종교·성별을 파괴하는 법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이들은 평등법 뒤에 감춰진 몇몇 독소조항이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며 차별을 조장하고 사회적 분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고자 마련된 기본법이 변질되어 또 다른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전북도의회 나인권(김제2) 의원은 “차별금지법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동성애 합법’의 조항인 성적지향과 성정체성 조항이다”며 “생물학·유전학적으로 잘못된 것을 정상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법이 생기면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동성애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성소수자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적지향’과 ‘성정체성’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 지역, 장애 유무 등의 조항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동성애마저 차별하지 말자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정미경 교수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법이 만들어졌다고 성소수자들이 증가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 사람들은 늘 전쟁과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로서 다수가 소수의 인권을 차별하고 파괴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한다. 

정미경 교수는 "사회가 성별을 여자와 남자로 이분화 시키다보니, 성 소수자들은 사회가 규정한 정상범위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로 인한 차별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며 "그들은 개인이 선택한 게 아닌 타고난 방향성이 그러한 것인데 제도적으로 소수자에게 더 촘촘한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겪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자는 의미의 기본법"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차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어떤 요소를 근거로 차별에 해당되는 것인지 알게 되고, 문제 제기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달라질 것이다. 

또 차별의 피해자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지 법률에 명시된다면 차별과 혐오에 무관심했던 국가와 지자체의 태도 역시 변화될 것이다. 

채민 차별금지법 전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제는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나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쉽진 않겠지만 시민사회 염원과 요구가 법 제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입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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