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북과 전남, 제주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의 역사를 정리한 이종근의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되고 70년만에 복원공사를 마친 전라감영은 지난해 10월 7일 개방됐다. 

1951년 한국전쟁 중 폭발사고로 사라졌던 전라감영은 이듬해 전북청사가 지어졌다가 서부신도심으로 이전한다. 

전주시와 전북도는 2017년부터 10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라감영 되찾기' 프로젝트를 추진, 옛 도청사를 철거하고 동쪽부지에 선화당, 연신당 등 7개 핵심 건물을 복원했다. 

그러면서 전라감영 콘텐츠의 발굴과 활용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종근 작가의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는 전라감영에 대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해 10월 열린 전라감영 복원 기념식은 1884년 전라감영을 다녀간 미국대리공사 조지 클레이튼 포크(1856~1893)의 사진 속에 담겨진 승전무와 전라감사 교대식 공연으로 치러졌다. 

책에는 1884년 전라감영에서 아침 밥상을 먹은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당시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전라감영 방문하기 6개월 전 주한미국 공사관으로 임명된 포크는 풍패지관(豊沛之館·보물 제583호)에서 대접 받은 아침 밥상을 자신의 여행일기에 기록했다. 

'콩을 섞은 쌀밥과 무와 계란이 들어간 소고깃국, 꿩탕, 숯불고기, 닭구이, 콩나물무침…'등 원반 위에 차려진 밥과 국, 반찬 등 17가지 음식의 종류와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고 번호를 매겼다. 

포크의 이런 기록은 미 국무부 명에 따라 조선의 경제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주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알 수 있게 기록한 최고·최초 문헌이자 타지역 감영에서 발견되지 않은 감영의 접대·연희 상차림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이렇듯 책에는 당시의 상차림과 다양한 연희문화를 비롯해 1872년 전라감영 전주의 봄날을 유추할 수 있는 풍경을 기록했다.  

또 66년만에 전라감영으로 옮긴 비석 이야기, 전라감영 선화당 장식물 주련문의 의미, 헌종의 축수(祝壽)를 기원하는 모임을 기록한 시화첩 '호숭첩'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책은 <전라감영 이야기1>, <전라감영 이야기2>, <전라감영과 예술>, <전라감영과 기생>, <전라감영의 음식>, <전라감영의 기록>, <전라감영의 기억> 등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민속, 풍수, 음식, 지리 등 다양한 주제로 전라감영의 역사가 담겨져 있어 어려움 없이 읽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근 작가는 "번역이 안된 한문 문집을 보고 소개한 곳도 있고, 손수 한문을 번역하거나 한문 번역본을 구입해 찾은 자료도 많다"고 밝히며 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으로 재직중인 이종근 작가는 전북도민일보 기자, 전민일보 문화부장,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1994년 문예연구 신인상을 수상하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또 2010년 제1회 대한민국 신화창조 스토리 공모대전(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다큐멘터리 작가로 데뷔했다. 

현재 2030 전주 문화비전 수립 자문위원, 전주문화원연구위원, 한국서예교류협회 홍보 및 기획 이사 등을 맡고 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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