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11일 오후 4시 전라북도 작고 문학인을 추념하는 세미나를 최명희문학관에서 연다. 

매년 최명희 소설가의 작고 날짜에 맞춰 여는 이 세미나는 연구자들에게 전라북도 출신 문학인의 너르고 깊은 문학 세계를 듣고 전북 문학의 힘을 살피고자 마련됐다. 

올해 주목한 문학인은 최명희(1947∼1998) 소설가와 이광웅(1940∼1992)·이연주(1953∼1992) 시인이다. 

군산 출신인 이광웅·이연주 시인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겪은 정치·사회적 갈등을 시로 형상화했다. 

이광웅 시인은 정치 권력과의 충돌을 온몸으로 겪어낸 시를 남겼고, 이연주 시인은 당대의 부정하고 부패한 현상을 신체의 병리적 증상으로 해석했다. 

이런 점은 최명희 작가가 무너져가는 조선 후기의 사회윤리를 소설 '혼불'에 눈썰미 있게 담아낸 것과 닮았다. 

세 작가에 관한 연구는 각각 문학박사 서철원·박태건·문신 씨가 맡았다. 

서철원 박사는 '혼불의 타지화 양상'을 주제로 혼불이 지닌 방대한 인문학적 유형 가운데 작중인물들의 삶의 방식에 관계한 타자화 양상에 접근한다. 

서 박사는 “일제강점기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관계에 의한 계급적 분화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발견되며, 계급 간 이질성 문제가 조선 민중의 탈식민적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혼불'에 나타난 작중인물 간 신분적 갈등, 식민주체에 의한 민족구성원의 차별성과 만주 이주에 따른 민중체험 등에서 타자화 양상을 보여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박태건 박사는 이광웅 시인을 탐구한다. 

주제는 ‘시인 이광웅과 80년대 문학의 의미’. 

‘수선화 시인’으로 알려진 이광웅은 80년대 신군부 집권을 위해 조작한 용공 사건인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로, 순수한 서정의 정신으로 엄혹한 현실을 견뎌냈다. 

박 박사는 오송회 사건으로 가려진 이광웅 문학의 탈식민적 가치에 주목하며, 지역에서 재영토화를 통해 문학적 유토피아를 꿈꿨다는 점에서 최명희 작가와도 닮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인이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시적 전략으로 재영토화를 추구했음을 밝힌다. 

문신 박사는 '이연주 시의 속(俗)과 성(聖) 그리고 사랑의 구조 연구'를 주제로 이연주 시인을 탐구한다. 

시인은 등단 2년 만에 생을 마감했지만, 1990년대 초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극심한 병리적 형상을 누구보다 상징적인 방식으로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박사는 시인의 시를 추동하는 힘은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삶의 속악(俗惡)한 현실을 성스러운 순간으로 이끄는 유일한 요소가 사랑이라며 이연주의 시를 ‘사랑의 구조’에 주목해 읽을 것을 권한다. 

세미나의 좌장은 문학박사 김병용 씨가, 토론은 문학박사 장윤준·윤수하 씨가 맡아 연구에 힘을 보탠다.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은 “우리의 작고문학인세미나는 학술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최명희·이광웅·이연주 세 문학인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삶과 작품을 기억하는 의미가 크다.”라면서 “더 많은 학자의 본격적인 학술연구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고 문학인을 추념하는 연구를 계속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사전 신청한 연구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관련 문의는 063-284-0570으로 하면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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