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영장류가 있다. 바로 보노보다. 암컷 위주의 사회를 형성하면서 평화를 지향하는 침팬지 사촌쯤 되는 동물이다. 이 종은 인간과 유전적으로 단 1.3% 차이밖에 없다. 침팬지들은 공격적인 반면 보노보들은 평온한 생활을 즐긴다. 이를 놓고 학자들은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사는 보노보들은 싸울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보노보 암컷들의 친밀함은 놀랍다. 늙은 암컷이 젊은 암컷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수컷들이 때로 힘자랑을 할 때 암컷들은 서로를 도와 힘을 합친다. 여기에는 종족 보존을 위한 계산도 숨어 있다고 한다. 바로 젊은 암컷이 젊고 튼튼한 수컷을 고르도록 늙은 암컷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상부상조의 본성은 인간에게 고유한 특성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의 결론이다. 즉 남을 돕는 본능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하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상부상조를 다른 말로 하면 친화력 혹은 사회성이다. 이를 풀어쓰면 ‘타인으로부터 배척받지 않고 호감을 얻는 기술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친화력이 협력을 가능케 하고 그 힘으로 세력을 키워온 게 인간 역사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성공적으로 진화해 오늘날 지구촌의 주인이 된 데는 바로 이 친화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침팬지는 완전히 다르다. 다른 무리와 잔혹한 전쟁을 일삼고 자기 무리 내에서도 번식 등 필요에 따라 살육이 벌어진다. 같은 사람 종이던 호모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도 친화력을 바탕으로한 협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윈도 이렇게 말했다.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윌리엄 폰 히펠의 책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이 최근 서점에 나왔다. 요지는 앞서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친화력을 바탕 삼아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통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니 잘 사는 비결은 친화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성이 좋다는 통념은 옳은 것이다. 왕따나 외톨이 등이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반면 붙임성 좋은 사회적 뇌를 갖는 게 생존과 성공에 유리하다. 협동과 이타적 행동, 돌봄 등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성공전략임이 분명하다. 별달리 새로운 주장은 아니지만 새삼 호혜 협력의 뜻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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