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마다 가지고 있는 증상은 다양하지만 산부인과 질환에서는 출혈과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에서는 교과서의 첫머리에 "산과는 Blood Business 이다"라는 말이 써 있을 정도로 산부인과는 출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이다. 여성의 특성상 월경이 있음으로 인해 산부인과에서는 항상 출혈이라는 문제와 마주치게 되며, 생리가 없는 청소년기나 폐경 후 시기에도 출혈과 마주친다. 본 글에서는 (산과를 제외한) 부인과적 출혈에 대해 언급해 보기로 한다.

비정상 출혈로 산부인과를 방문하였을 경우 첫번째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출혈의 원인(origin) 부위이다. 일부 환자의 경우 생식기 출혈로 생각하고 내원하였으나 실제로 진찰하여 보면 다른 부위 출혈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출혈이 생식기 출혈인지, 비뇨기 계통 출혈인지, 또는 항문 출혈인지 먼저 감별해야 하며, 생식기 출혈이 아닌 경우 거기에 맞는 과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생식기 출혈로 확인된 경우 그것이 외음부 출혈인지, 질출혈인지, 자궁경부 출혈인지, 아니면 자궁내강에서 나오는 출혈인지 구별해야 한다.

외음부 출혈의 경우 외상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며, 질출혈의 경우 염증ㆍ상처ㆍ종양 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자궁경부 출혈의 경우에도 염증ㆍ종양ㆍ상처 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외음부, 질, 자궁경부 출혈이 배제되었을 경우 자궁내 출혈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어떤 증상이 있을 경우 가능한 후보 질병들을 하나씩 배제해 가며 마지막으로 원인질환을 찾아가는 것이 진단의 과정이며, 이러한 원칙이 자궁출혈의 진단에도 적용이 된다.

자궁출혈로 확정된 경우 그 출혈은 결국 자궁내막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자궁내막에 출혈을 일으키는 기질적인(해부학적 원인이 있는) 질환으로는 자궁근육 질환(자궁근종ㆍ자궁선근증 등), 자궁내막 질환(자궁내막 증식증ㆍ자궁내막 폴립ㆍ자궁내막암ㆍ자궁내막염 등), 비정상 임신(절박유산ㆍ자연유산ㆍ자궁외 임신)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질적인 원인질환이 없는데도 자궁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자궁부정출혈(Dysfunctional Uterine Bleeding, DUB)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비정상 자궁출혈이 있을 경우 무조건 자궁부정출혈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며, 기질적 원인질환이 없는데도 자궁출혈이 있는 경우를 엄밀한 의미의 자궁부정출혈이라고 해야 한다.

월경은 난소에서 배란이 되며 임신에 대비하여 두꺼워져 준비하고 있던 자궁내막이 임신이 되지 않음으로 인해 허물어져 출혈과 함께 배출되는 현상이다. 월경이 끝나면 자궁내막은 얇은 상태로 있으나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으로 점점 두꺼워지며, 배란 이후에는 황체(난소에서 배란된 흔적)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영향이 더해져서 임신에 대비하여 두껍고 부드럽게 유지되다가 임신이 되지 않았을 경우 월경이 유발된다. 이처럼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유지되며 주기적인 시기에 그 조화가 깨져서 월경이 발생하는 것인데, 어떤 이유에서든 호르몬의 조화가 깨지면 기질적인 질환 없이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자궁부정출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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