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한국에서 가장 손꼽히는 전통도시 전주를 차 없는 도시로 만들어 보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승 전 위원장은 16일 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문샷씽킹 명사초청 특강에서 “이제 팽창주의 도시정책을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넘쳐나는 도시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는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손꼽히는 도시”라며 “전주역 앞 첫 마중길을 차 없는 길로 만들면 전주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밝혀, 전주시 정책 업그레이드를 전주의 전통에서 찾았다.

특히 승 전 위원장은 최근 광역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메가시티에 대해 “메타시티(Metacity)는 물적팽창이나 지역적 광역화가 아닌, 내적인 질적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협력과 공존의 도시, 성찰의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혀 강소메가시티를 주창하고 있는 전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랜드마크와 스펙터클한 도시 풍경만을 쫓는 지자체를 향해 “인간관계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는 외면한 채 빽빽한 고층아파트로 대표되는 하드웨어만 열광하는 한국의 도시건축문화에 문제가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 삶을 바꾸는 공공체사회를 복원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때”라고 지적했다.

승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전주 최대 이슈인 대한방직 부지개발의 핵심인 ‘전주랜드마크’ 143층 타워와 대규모 아파트 조성 등 도시팽창에 대한 경고로 전주시 정책과 내년 지선 시장출마자들의 공약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 전 위원장은 “메가시티는 인간의 삶과 관계를 중시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당장 도시가 팽창하겠다는 정책을 버리고 도시마다 네트워크 미덕을 앞세워 서로 나눠 가지며 장점을 더 심화시키고 자주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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