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는 1828년 화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실험을 했다. 바로 무기화합물인 시안산암모늄을 가열해 요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의미는 대단하다. 과거 과학자들은 광물계에서 얻어지는 것을 무기화합물, 동식물의 성분이나 배출물에서 얻어지는 것을 유기화합물로 정의했다. 하지만 뵐러가 무기화합물에서 유기화합물인 요소를 합성해내자 그 같은 정의는 무용지물이 됐다. 그래서 현재는 유기화합물을 탄소 화합물과 동의어로 받아들인다. 

요소 합성은 이후 인류의 삶을 바꾸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1909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영국인 조수 로버트 르 로시뇰이 암모니아의 합성에 성공한 뒤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암모니아는 요소 생산의 원료가 된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암모니아 액체와 이산화탄소 액체를 고온 고압에서 결합해 카르밤산암모늄을 만든 뒤 이를 낮은 압력에서 분해, 요소와 물을 생산한다. 이렇게 요소가 상품화되자 당장 농업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요소비료는 농작물의 증산에 기여 했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소는 의외로 쓸모가 많다. 비료 이외에도 플라스틱과 약품 제조는 물론 사료 첨가제, 그리고 각종 제조공정의 촉매제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2%가 요소 생산에 쓰인다니 그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또 하나 중요한 용도는 바로 디젤엔진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촉매제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SCR 그러니까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의 핵심물질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요소수가 없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말이면 국내 요소 재고량이 바닥난다고 한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금지하자 벌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디젤 화물차가 당장 설 판이고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또 다른 산업 분야도 걱정이 커졌다. 철강과 시멘트 등 요소를 사용하는 곳곳이 아우성이다. 만약 사태가 길어지면 내년 농사도 큰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요소의 중요성을 모른 채 사태를 방관한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흔한 요소 수급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니 당연한 귀결이다. 갖가지 땜질 처방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이 기회에 각종 자재들에 대한 꼼꼼한 점검과 대책 마련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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