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대중들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고도 소비사회라고 일컬어지는 산업사회는 활발한 소비를 통해 경제시스템이 돌아간다. 넘쳐나는 상품과 서비스들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기업과 제품은 살아남고 외면받은 기업과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소비사회도 여러 가지 변화가 닥쳤다.
그중에서도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신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좀 더 현명해졌다고 보아 무방하다.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는 소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소비에 있어서도 소신을 갖는다고 보아 무방하다. 특히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이들은 가성비 보다는 가심비 즉 가격 대비 성능 보다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구하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재는 무릇 활용성보다는 의미 전달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더 커진다”고 갈파했다.

이제 소비는 단순히 개개인이 먹고 사는 문제를 벗어나 사회문화적 행위가 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문화의 변화에 대해 가치소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젊은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개인의 이익과 함께 사회윤리적인 공익까지 감안하는 것이 바로 가치소비다. 다른 말로 ‘착한 가치 소비’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친환경 제품이나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제품을 사는 것을 뜻한다.

요즘 제주에서는 ‘유익한 여행’이 뜨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과 이웃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여행이 인기라는 것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진행한 트레킹 행사는 소외 이웃에 쌀을 기부하고 곶자왈 매입기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관광객 24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또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에코 런 트립’, 일회용품 사용을 제공하지 않는 가게를 소개하는 환경지도 발행 등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들이 큰 호응을 얻는다고 한다.

이제 착한 소비 혹은 가치 소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른 것 같다. 이런 소비에는 가성비 보다는 가심비가 더 큰 비중을 점한다. 또 과시욕에 의한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가치 소비를 위한 프로그램도 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소비의 진화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겠다. 상품이 아니라 신념과 사회적 가치를 사는 소비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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