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나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가능하다면 많은 돈을 벌어 큰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 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지 못하고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물 경제는 불황기에 빠졌지만 주식시장은 유래 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 때 실물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주식이 폭락했다가 상승장으로 돌아섰었다.

큰 경제위기를 겪으면 주식 시장이 폭락하지만 곧 상승한다는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학습된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19발 주식 폭락장에 대거 달려들었다.
이 때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급락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였는데,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였다.
이 단어는 1894년 외세에 대항해 일어난 ‘동학농민운동’과 월급 받으며 매일 일하는 젊은 회사원을 ‘개미’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5천만’은 우리나라 인구수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이기도 하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 계좌를 말하는 것인데, 5천만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는 전 국민이 주식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장이 아니다.

‘동학개미운동’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 2020년 신규투자자의 54.1%가 2030세대였다. 이들 세대에서는 주식투자가 삶의 기본이 되어 가고 있다.

이들은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빚까지 내면서 투자한다는 ‘빚투’,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투자한다는 ‘영끌’로 사회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주린이’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는데 ‘주식’과 ‘어린이’를 합한 단어로 주식에 대해 잘 모르면서 거래를 시작한 초보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간격이 벌어진 현 상황에서 2030세대의 주식투자 열풍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왜 이들 세대가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것일까? 그것은 2030세대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어렵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좁아져 취업이 어렵다. 치솟는 주택 가격으로 인해 평범한 직장인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꿈 꿀 수도 없다. 지금 받고 있는 소득과 가지고 있는 자산만으로는 미래의 평범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동학개미는 투자에 성공했을까?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 20만 4004명의 투자 형태와 투자성과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신규 투자자의 60%는 수익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와 남성 그리고 소액투자자는 현저히 수익률이 낮았다.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이들은 부족한 자금으로 단타 거래를 주로 하여 수익이 낮았던 것이다.
세상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한계생산성 균등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남의 것을 훔쳐서 돈을 버는 방법이다. 마지막 하나는 남이 내 것을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우리 인간은 이 세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선택한다.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일을 선택하겠지만, 남의 것을 훔쳐서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남의 것을 훔치려고 한다.
남이 내 것을 자꾸 훔쳐 가면 일을 더 하는 것보다 남이 내 것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키는 게 더 남는 일이 되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지키는 것에 힘을 쏟는다. 

이 이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가 가져야 할 몫 이상으로 가져간다거나, 자기가 부담해야 할 몫을 남에게 떠넘긴다면 그것은 남의 것을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이 훔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그 수익률을 낮추는 것이다. 법을 제정하여 훔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남의 것을 훔치다 적발이 되면 처벌을 무겁게 해서 엄청난 대가와 비용을 치르게 하면 된다.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남의 몫을 탐내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2030세대의 주식투자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 자신의 삶이 저당 잡혀서는 안된다.
국가와 사회는 2030세대가 처한 상황을 개선해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아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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