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북연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전북도 감사에서 제기됐다. 전반적인 수행연구과제 건수가 전국 연구원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성격의 기본·기획과제는 구색 갖추기 수준에 불과했다. 도 감사관실이 전북연구원에 전북도 중·장기발전을 위한 정책연구 추진목표나 기준이 있는지조차 모호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최근 3년간 전북연구원은 전체 연구과제 447건 중 기본과제 22건(4.9%), 기획과제 9건(2%) 등 31건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한 8개 시·도 연구원이 최근 3년(2018년~2020년) 평균 기본·기획과제 수행한 64.5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2018년 연구원 활성화와 정책 제안 기능 확대를 위해 미래지향적 성격의 기본·기획과제를 매년 강화한다고 밝혔음에도 이 역시 관련된 과제수행 건수는 2018년 3건, 2019년 1건, 2020년 5건에 불과했다.

특히 내실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와 구체적이고 상세한 로드맵 정도는 갖춰야 함에도 다음 해 연구과제 수행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사례가 적지 않고 그나마 반기별 계획서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라 연말 시점에 다음연도의 전체 연구사업 계획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전북연구원이 운영됐다. 여기에 연구과제에 대한 위·변조, 표절을 심의하는 연구윤리위원회도 지난 2018년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연구 유사도 검증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출장 여비의 부적정한 지급, 대부분 연구과제가 종료일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지적사항들이 오히려 가벼울 정도다.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수행 능력이 있는지 조차를 의심케 전북연구원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연구원 규모를 탓하고 충분한 과제수행을 위한 지원 부족 등을 이유로 돼선 안 된다. 도의 감사에서 지적된 모든 사안이 연구원의 의지 부족과 태만, 전형적인 적당주의에서 비롯된 문제들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내실 없는 연구실적을 내놓고 전북의 씽크 탱크라 자부한다면 이건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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